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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밖 에 만남-추가-내 이야기 2024. 8. 26. 00:36
새벽
오 륙 년 만에 한 번 씩 연락하는
푸르게 젊은 날
함께 교직 생활을 했던 H 선생님이 카톡을 보내 왔다.
이젠 함께 나이 들어 가는
어느 제자 의
얼룩지고 빛 바랜 졸업 앨범 속
나 의 옛 교사 시절 사진 을.
오래 전 헤어졌다가
덜컥 만난 사람
저 기억하세요?!
반갑고
낯 설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마른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마구 솟아나네.
* * *
학생 들에게 말 을 많이 시켰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 해 보자.
저요 저요
하고 싶은 이야긴 누구라도 있다.
처음 으로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중 1 학생 들
버스 차장들에 대한 원성이 가장 많았다.
중학생 들 보다 몇 살 더 먹은 소녀들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억세게 버스 에 밀어넣고 오라이~ 를 외쳐야했던.
그럼 편지를 써 볼까? 그 차장 언니들한테.
그리고 그 편지들을 집에 가는 버스 에서 전해 보자.
글쓰기, 말하기 가 별 건 가
내 생활 범위 안 에서 일어 날 때 활발하고 진지해진다.
아침 저녁 만나는 버스 차장 언니들과 이젠 사이가 좋아졌다는 아이들
언니 가 밀어도 별로 안 아프게 느낀다는 아이들
차장 언니 한테 줄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다는 아이들
차장 언니들의 답장을 받았다며 기쁘게 읽어주는 아이들
검정고시를 치를 차장 언니 가 꼭 붙기를 바란다는 아이
차장 언니들 하고 종점 까지 따라가서 라면을 얻어 먹고 왔다는 아이들
차장언니들을 이해하고 친하게 느낀다는 아이들......
지금 생각해도 하나 하나 곱게 다가오는 모습 들....
* * *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들
아무개 선생!
세상 그렇게 사는 거 아냐~~
'진세이와 난죠아!'
'인생은 무엇인가! 이 말 이야.'
촌지 를 안 받는다고 소문이 나고
교사들 사이에서 이상한, 불편한 교사로 찍히고
왕따 당하고
학년주임, 교무주임 이 동료 로서의 회유를 해 오고
급기야는 교장실 에 까지 불려 갔다.
둥글둥글, 무리 에서 튀지 말고
이익을 따라 사는 게 잘 사는 거 라면서
변사또 같은 입을 놀리던 교장.
* * *
군사독재 를 굳히는 방안 으로
교육청 에서 반공 교육 지침 으로 내려 온
여린 여중생들 에게
끔찍한 어휘들로 적을 규탄하는 내용의 웅변 을 지도 하고
증오 에 들끓는 웅변 대회 를 개최 하라던 업무 지시.
* * *
그 뿐 인가
무슨 정신문화연구원 인가 하는 곳에
교사들이 갇혀서 밤 한 시 반이 되기 까지
교사 로서 잘못한 것을 토로, 반성하고
꾸벅꾸벅 조는 중 에
갑자기 뒤 에서 내 머리채 를 움켜쥐며
집에 가면 머리를 짧게 자르라' 던 그 모 여고 교장 출신
연구원 원장 의 등골이 서늘하던 거친 손.
새벽 다섯 시에 일어 나 뜀박질을 하고
아침 먹고 나면
박정희, 그리고 내 또래 박근혜 어록을 들어야 했던 일.
조는 사람은 무슨 큰 일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속삭임 들이
근거 도 모르게 자주 들려 오던 삼일 동안 의 소위 새마음 정신교육.
칠십년 대
서울 종로구에 있던
여자 중학교 국어교사 노릇을
그런 상황 에서 마감하고 나는 미국 으로 떠나 왔다.
그리고 얼마 후
박정희 대통령 이 암살 되었다는 소식을
라디오 에서 미국 말 로 들었다.
* 눈물 에 함께 떠 오른 단상들...
이천이십사년 칠월 십구일 아침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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