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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물국
    다문화사회 2020. 5. 14. 01:03

    딸이 밤 늦게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좋은 엄마가 되 주어서 참 고마와요' 라고

     

    아 유 오케?

     

    내가 묻는다. 

    내가 갑자기 엄마 생각날 때는 아플 때나 마음이 불편할 때인데.

     

    늦게 까지 일을 하고 돌아와서 지난 번 끓여다 준 미역국을 먹으면서 내 생각을 했다고.

     

    그랬구나!  

     

    *  *  *

     

    딸은 결혼하고 나서 사위가 음식을 잘 한다고 

    김치도 사위가 망치부인 김치를 요리책 보고 맛있게 만든다고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사양하곤 한다.

     

    해서 나는 딸네 집에 음식 나르는 친정 엄마가 아니다.

     

    이번 코비드 19 사태로 사위가 바쁜 것 같아서

    마음 먹고 미역국 한 솥 끓여다 주었는데 오래도 두고 먹는다.

     

     

    그러고보니 딸이  미역국을 좋아하는 걸 잊고 있었네!

     

    파란눈의 며느리가 손녀를 낳았을 때 미역국 이야길 하니

    흥미로와하기에 신이 나서 한 솥 끓였더니 

    한 술 뜨고는 So Different (아주 다른 맛) 이라며 수저를 놓았다.

     

    그리고는 친정에서 먹은 쥬이시 맛쬬 볼 치큰 수프를 끓이더라.

     

    나도 배워서 끓여주니 맛있게 먹네.

     

    맛쬬 볼 치큰 수프는 우리나라 수제비 비슷하다고나 할까

    입에 부드럽고 만들기도 쉽다.

     

    아무렴

    누구에게나 엄마가 해 준 어릴 적 부터 먹던 음식이 제일 맛있지.

     

     

    따스하게 맛있게 

    엄마와 함께 먹던 기억들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서.

     

     

     

     

     

     

     

    바닷물 국

    오랜 만에 집에 온 딸하고 미역국을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멸치 다시에 홍합, 모시 조개 몇개, 미디엄 사이즈 깐 새우 몇마리,
    마늘 탕진 것 듬뿍 넣고 참기를 한방울 떨구고.

    맘(Mom), 
    난 어릴 때 부터 먹구 자라서 잘 몰랐는데 미역국 처럼 독특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처음에 좋아하기 힘든 음식도 없을거 같애. 
    소고기 국물말구 이렇게 멸치 다시에 끓일 땐 국 한 그릇이 
    마치 맑은 바닷물을 한웅큼 퍼낸 것 같애. 
    그속에
    들어있는 새우, 홍합들이 그대로 바닷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지 않우? 
    맘은 내가 왜 미역국을 바닷물 국 (Ocean Soup)
    이라고 하는지 알겠지?

    며칠 있으면 우리집에서 며칠 묵고 갈 몇명의 대학교 때 친구들을 
    염두에 두어선가? 
    집 떠난 지 오래되서인가? 
    자신의 잔뼈를 굵게한 미역국을 객관적으로 벽에 붙인 그림보듯 
    조명하는게 새삼스럽습니다.

    어째 좀 다른 음식 먹던 사람들한텐 맛이 많이 낯설겠지? 
    좀 미끌거리고 너무 바닷냄새가 나서 처음 먹는 사람은 싫어할까? 
    그러면 네 친구들 오면 안 끓이지 뭐.

    괜챦아, 의외로 좋아할지도 몰라. 맘이 원하는대로 해.

    멀리 있는 아이들이 가끔씩 집에 돌아오면 
    왠지 모르게 나는 꼭 미역국으로 시작을 합니다. 
    아이오다인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빼곤 
    뭐 다른 영양분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도. 

    아마도 미역국으로 몸풀고 나서 젖 내어 먹이며 품안의 자식을 즐기던 
    그 기억을 살리고 싶은 것인지 
    아이들 생일마다 올리던 그 조촐한 아침 생일상들의 기쁜 기억 때문인지

    그러고 보니 미역국 주위엔 온통 엄마로서의 흐뭇한 기억뿐입니다.

    맘, 그런데 이 세상에서 미역국 먹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 밖에 없는 것 같애.
    어딜 가봐도 미역국은 그 비슷한 것도 없던 걸.
    요즘엔 더러 생미역을 샐러드에 야채랑 섞어 먹기도 하지만….

    큰 다행인건 그 동안 딸은 여러 대륙을 여행하며 
    폭넓게 코스모폴리탄 입맛을 개발해서 
    어느 나라 음식이든 만든 사람 성의를
    고마와하며 즐기며 먹습니다.

    아참, 너 고래들이 산후에 미역 먹는 거 아니?

    정말?

    그럼,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 나오던걸. 
    엄마 고래가 미역 먹고 젖 을 쭉 짜면 아기 고래가 옆에서 받아먹더라. 
    조준이 잘 안되면 아줌마 고래들이 그 큰 몸들로 밀어서 수유를 돕더라.

    와 그거 재밌네. 미역국 먹으면서 내가 새끼 고래처럼 생각되네.

    엄마랑 딸이랑 오랜 만에 마주 앉아 맛있게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교포아줌마 올림, 2005년
     
     
     
     
     
     
     
     
     
     
                                                                                      Yiruma, river flows in you
     
     

     

     

    이천이십년 오월 13일

    교아

     

     

     

    • 엘리엇2020.05.13 16:22 신고

      언젠가 오래전 삼촌 댁에 들렀을때 미역국에 소고기를 넣고 끓인 숙모한테 삼촌이 막 불평을 하더군요.
      난 멸치 넣은 걸 좋아하는데 왜 소고기를 넣었냐고....
      딴 사람에겐 이러나 저러나 아무 상관 없는 일도 특정인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 되는 세상의 오묘함 ^^ 

      미역국보단 서양인에게 조금 더 가까운 조미김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검은 종잇장같은 조미김을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는 미국인은 거의 없었어요.
      그럼에도 Costco 조미김이 계속 잘 팔리는 거 보면 미국인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심지어 스시는 좋아하면서도 우리가 맛있게 먹는 한국식 김밥은 별로였던 거 같아요.
      나라와 민족마다 Acquired Taste를 갖고 있는 고유의 음식이 있을 텐데 그 문화권 밖에서 자란 사람과 친해지기 쉽지 않지요.

      Costco에 풀무원 직화 짜장면이 우리 동네 들어왔을 때 야호! 하고 환호성을 올리면서도 이게 한 달이나 갈까? 하고
      염려한 거처럼 사라졌고, 김으로 만든 간식, 김치까지 아쉽게도 딱 한 번 맛뵈기.... ^^

      어려서 김치를 싫어해서 엄마한테 먹어라 먹어라 소릴 5번쯤 들어야 딱 한 젓가락 억지로 먹었는데,
      이젠 김치와 그 때보단 좀 더 친해져 막 담근 Fresh한 김치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이야말로 엄마와 지식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매듭이지요.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13 19:23

        부부간에 서로 절충이 잘 안되는 것이 입맛인 것 같아요.
        대개는 남편에 맞추어 음식이 만들어지는 게 가부장제도의 특징이지요.
        시집살이는 시집 음식 배워 남편 중심으로 밥 하게 하는 제도구요. 하하하 얼렷님 삼촌이시니 구세대라 이해할 만 합니다.

        요즘엔 김 안 먹으면 문화족에 못 끼지요. 마구 맨 입에 간식으로 먹어대니요. 
        일본이 power of sushi로 전 세계 입맛을 제패했어요. 음식은 국력이다. 요즘 깨닫는 진리에요. 

        문화권이 다른 두 인종이 결혼할 때 상대방의 음식을 존중해주는 태도가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기본일 것 같아요.

        김치야말로 한참 걸려야 맛을 아는데 어린이들은 먹기가 너무 자극적이지요.
        저도 중학교나 지나서 먹은 것 같아요.

        엄마=밥
        밥=사랑

        밥 먹어라^^*



    • 오공2020.05.14 00:57 신고

      바다냄새도 물씬나겠지만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이렇게 짙게 나다니요?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에 대한 동경과 사랑이
      안개피듯 사라지니 잡아본들 무엇하리오
      마음의 고향 육체의 고향 
      어머니가 많이도 그립습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14 13:38

        미역국에 대한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가 있어요.
        딸에게 까진 옮아갔어요.^^

        어머님 
        언제나 그.립.지.요.

    • 빨강머리2020.05.15 03:21 신고

      "엄마, 좋은 엄마가 되 주어서 참 고마워요"
      따님의 짧은 한마디에 자랑하고픈 나의엄마 사랑과 존경이 다 담겨있네요
      옛날 엄마들은 지금 보다 열배는 
      더 고생 했는데도 그땐 이런말도 할 줄 
      모르는 쑥맥였는지 모릅니다 

      어려서 먹은 입맛이 집요하죠
      바닷물국 그럴싸하네요~ㅎ
      미역국은 한국사람에게는 향수지요
      독일애가 와서 미역국을 줬더니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밀어 놓더라구요
      국 그릇 속에 새카만 조각들이 낯설었겠지요

      황금찬시인의 어머니는 생전에 하얀 쌀밥에
      까만미역국 좀 실컷 먹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거 한그릇 제대로 못드시고 
      돌아가셨다고
      애통해 하시던 노 시인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16 21:18

        우리는 '김 안 나는 숭늉이 뜨겁다' 뭐 이런 말로 사랑을 감추고 살았지요. ^^ 

        식감도 낯설고 맛도 낯선 게 미역국인가 봐요. 쉽사리 권하게 되지 않아요.

        미역국에 쌀밥

        몸 풀고 누구나 먹는 우리 세대에는 당연한 음식인데
        윗 세대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겠어요.

    • Grant2020.05.16 06:25 신고

      존은 미역국을 birthday soup이라 부릅니다.
      우리 부모님 생일날마다
      제가 아침 일찍 두분을 저희 집으로 불러 미역국을 대접하기 때문입니다.
      사위분이 망치부인 요리책 보고 김치 만드신다니 반갑네요.
      존도 망치.com 보고 한국요리 만들어 곧잘 제공합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16 21:19

        죤도 미역국에 맛들이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생일국' 맞아요.
        사위는 레서피가 없으면 음식 못하는 줄 아는데 열심히 합니다.^^*

      • Grant2020.05.17 13:27 신고

        네. 존 미역국 한번 맛 보더니 다신 안 먹습니다. 설득 불가. 뭐에 좋다 뭐에 좋다 해도 귀를 닫네요. 

    • 우령2020.05.18 12:32 신고

      미역국의 맛은 한국사람만 아는 것같아요.
      자주 먹는 국은 아니지만 최소한 1년에 몇 번은 먹으니까요.
      우리 남편은 미역국 안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미역국이 좋아진대요. 그래서 이제는 생일 아니더라도 자주 끓여먹는답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26 14:57

        호주에 사시는군요.
        그곳에도 바닷가에서 생미역을 채취하시는지요.
        우리 동네에는 미역밭이 있는데 한두번 말려봤다가 이젠 깨끗이 손질한 한국산 미역을 사 먹어요.

        미역국맛 한국 사람만 알지요.^^

    • 우령2020.05.18 12:35 신고

      블로그 바꾸셨지요?
      지인들이 댓글 다시면 승인대기중이란 것이 나타는데 이것은 글주인이 관리로 들어가셔서 댓글, 방명록에서 설정을 클릭하고 고치면 됩니다. 그러면 댓글이 승인없이 바로 나타납니다.
      간단히 말하면 관리- 댓글관리- 댓글, 방명록-설정- 댓글은 작성직후로 표시하면 됩니다.

      답글
    • 앤드류 엄마2020.05.19 03:26 신고

      "엄마, 좋은 엄마가 되어주어서 참 고마와요"
      자식에게 듣는, 자식에게 듣고픈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네요.
      사위가 망치부인 요리책으로 김치를 만든다니 
      한국말로 사위님은 뇌섹남에 요섹남이기까지 하니 
      1등 남편이네요.
      미역국을 Ocean soup 이라 표현한 따님의 언어감각은
      엄마에게 물려 받은것 같습니다.
      저희 아들들도 미역국을 좋아했는데, 
      끓여준지 벌써 한참 되었네요.
      저도 내일 오랫만에 미역국 끓여야 겠습니다. 
      엄마의 사랑은 엄마가 해준 음식으로 더 기억되는듯. 
      저도 아들들이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는것으로 사랑을 대신 하곤 합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26 15:15

        뇌섹남은 뭐고 요섹남은 뭘까요?
        뇌가 좋은 남편?
        요리를 잘하는 남편?
        통과!~~

        딸은 아빨 닮았구요.
        아들이 저를 닮았어요. 글쓰는 아들.^^

        앤드류랑 데이빗이 미역국을 좋아하는군요.

        그렉은 전혀 안드실 듯.^^

        제가 가고나면 '몇 가지의 음식으로 남은 엄마'
        가 될 것 같아요. 하하하

    • 결자해지2020.05.26 07:06 신고

      가끔 들어와 소소한 얘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잔잔하면서도 쓸데 있는 얘기들이 알알이 배어 
      있는 글들 이에요.
      고래가 미역 먹고 젖을 만들어낸 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고래가 젖발이 동물이라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도 아닌듯 합니다.
      미국에서 가정을 이루시고 
      그래도 글속에는 항상 고국에 대한 진한 그리움 같은것이
      묻어 있는것 같아 마치 먼곳으로 이사간 동기간이
      잊지 않고 간간히 기별 하시는것 같아 제마음이 다 
      뜨뜻해 집니다.
      항상 즐거우시길 빕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26 14:55

        반갑습니다.^^

        고국
        정말 오래 전에 떠났기에 이곳에 산 날들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

        포스팅을 시작하시면 함께 교류할 수 있겠어요.




    • thankyou2020.05.27 21:13 신고

      생일날 미역국 끓여 주시던 엄마가 이제 안 계시네요...엄마가 옆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기쁜 날!
      좋은 내용 잘 보았습니다.
      다섯번째 달도 잘 보내시길…

      이곳도 들러 주시길....생명의 양식도…
      http://blog.daum.net/henry2589/344009
      감사합니다. 

      답글
    • eunbee2020.05.29 12:03 신고

      바빠서 ㅎㅎㅎ
      제말만 하고 갈게요.

      시바타 도요 님 시를 교아님 위해
      올려두기 시작했어요. 제 방에...

      뭐이 그리 바쁘냐구요?
      팬텀 싱어 3 봐야해요.
      시작했어요.ㅎㅎㅎ 실례!ㅠㅠ

      답글
      • 교포아줌마2020.05.30 04:11

        고맙습니다.^^*

        책을 사려고 했는데 우선은
        은비님 방에 가서 시를 만나게 되었군요.
        노루님 방에서 접한 시들도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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