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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다문화사회 2020. 9. 17. 06:09
벌써
닷새째 자욱한 연기에 쌓여있다.
매캐한 냄새 까지 나더니 오늘은 좀 낫다.
그래도 연기가 좀 엷어졌는가
아침에 뜨는 붉은 해가 보이는 아침이다.
어제 까진
해가 가려 기온이 떨어져 춥더니.
붉은 해라도
반갑다.
캘리포니아, 오레곤, 와싱톤주에 난 산불
태평양에서 습기를 품은 서늘한 바람이 불면 대륙 쪽으로 밀려가
해안이 맑아지는데
이번엔 대륙 쪽 덥고 건조한 동풍이 불어 해안 쪽으로 연기를 몰고
태평양 에선 저기압이 떠억 버티고 있어
시애틀, 포틀란드,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서해안의 도시들이 온통 연기에 갇혀 있다고.
무슨 죄를 지어 말년에 이런 화재를 만나서 맑은 하늘을 못 보다니..
지옥이 따로 없다더니...'
샌프란시스코 근처로 이사 간
걱정이 가득한 쑤우 한테 내가 마치 기상학 과학자나 된 것 처럼
주워들은 걸 설명하며
나도 다독인다.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가리라'
과학으로 자연 현상의 배경을 이해하면
자칫 일기 쉬운 근거없는 두려움이 사라진다.
종말론' 까지 갈 거 없다.
오늘 살아있는데....
샌디는 올해 팔순이 되었다.
코비드로 제 생일 파티도 못하고
그토록 즐기는 친구들 생일 파티를 자신이 베풀어 주는 것도 못하니
참 살맛 안 난다고.
그러는 사이에도
열심히 칼렌다에 적힌 이웃들
생일을 챙기고 카드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우체통에
쥬키니 브레드랑 레몬 케잌이랑 브라우니를 넣어 두고 간다고
우리 집 앞을 떠나면서 전화를 한다.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너네 남편 아무개 생일이지?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 줘.'
언제
또 남편 생일을 흘려 듣고 기록해 두었을까?
네델란드 에서 이민 온 조부모님 덕분에
대니쉬 쿠킹의 진수를 잘 꿰고 있어
특별하게 맛난 각종의 패이스트리를 굽는데
주위에서 누가 생일이란 말만 들으면
단것으로 스윝 하게 축하해 주는 샌디.
은퇴 후
이젠
팔순이 된 나이에
그녀가 매일 깨어 일어나야 하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살아가는 일' 이 되었네.
단 것을 조심하는 내 식단 이지만
기꺼이 내 생일도 샌디 에게 알려준다.
이웃
서로가 엮여서 하루하루
함께 살아 나가는 사람들
* * *
코비드로 한 동안 못 본
전 미국 스키 점프 올림픽 대표 선수였던 이웃의 뤤디.
매년 남편 과 내 생일에
태극기를 걸어 축하를 해 주는.
'나 한텐 한국이란 나라는
너네 부부 외엔 아는 게, 의미있는 게 없어'
늬들 둘 태어난 게 내겐 제일 축하할 날이니
그날 태극기를 달아올려 축하해야지.'
올림픽 선수촌에서 금메달을 꿈꾸며
스키 점프를 연습하던 푸른 눈 블론드 헤어의 젊은 뤤디.
이십대 초반에 부상으로 허리 아래가 마비되어
휠체어에 앉아 오십년 가까이 살아 온 이웃의 뤤디.
올림피안의 정신을 잊지 않으려고
전 세계 맥주를 다 수집해 마시고^^ (요샌 건강 상 완전 금연)
전 세계 국기를 수집해서 날마다 다른 국기들을 게양하는 뤤디.
두 해 전 엔가 봄에
자신이 두 해를 더 살면 휠체어에서 제일 오래 살아 남은 사람 기록을 깬다고
더 살아나갈 의욕을 보이기에
할 수 있어' 하고 응원했었다.
올 봄에
'기록이 깨진거야? 물으니
'나보다 더 오래 휠체어에 앉아 있는 sucker (등신)들이 몇 이나 더 나왔어'
몇 년 더 살아야 기록을 깰텐데 좀 어려울 것 같아'
뤤디는 올 봄 들어 좀 많이 쇠약해져 보인다.
그래도 할 데 까진 해 보는 건데..'
당연하지, 사는 날 까지 살고 봐야지...'
헤이, 뤤디.
우리 남편 생일에 올해도 태극기 걸거지?'
엊그제
잘 지내는지 안부 겸 전화를 하니
당연하지, 칼렌더에 크게 마크 해놨어.
그리고 니 생일은 언제 맞지?'
정확하게 기록해놓고 있네.
우리 집 포도 그물 친 거 다 보고 있다고.
둘 다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 안심이라고.
포도 따면 첫 바구니는 언제나 네 거야, 뤤디.'
지난 번 잡은 비프 햄버거가 많이 남았어, 좀 가져 가'
오케이, 포도 따면 갈게.'
오늘 아침 부우연 연기 속
태극기가 펄럭인다.
앞으로 일주일간
태극기가 걸릴 것이다.
이웃
그대들 있음에
내가 있네.
이 암담하고 어려운 때에
함께 살아가는
너와 나.
Rod McKuen, YOU (바람소리님이 알려 준 로드 맥큐언의 노래, 너)
이천이십년 구월 중순에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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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입니다.
답글
한국에 대하여는 아무 아는것도 없어 ~~
다만 너의 부부만 알뿐 ~ 이라는 이웃의 어르신 ~~~
생일에 맞추어 태극기를 게양 해 주시다니 ~~~
영광 스럽고 ... 자랑스럽고 ... 감동입니다.
끈끈한 이웃의 정이 사람 살맛나게 하네요~~~
멋집니다.
글도 참 잘 쓰시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교아님 ~~~-
교포아줌마2020.09.18 16:36
뤤디는 근 오십년간의 휠체어 삶으로 혼자 노는 것이 아주 익숙한 사람이어요.
유우머도 많고요. 집 입구에는 지뢰밭' 이라고 작은 팻말을 붙이구요.
두번째 팻말에는 총알은 어디서도 날아올 수 있다'
라고 경고를 계속 붙여 놓았어요.
그 섬뜩한 유우머를 뚫어야 뤤디랑 친구가 될 수 있어요.
고.독.이 익숙한 사람
그래서 새들이랑 짐승이랑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어요.
언제나 만나면 유우머가 넘치는 수수께끼 하나씩 던져서 풀라고 하더니 요즘엔 그 위트가 사라졌어요. 삼년 전 가 버린 고양이와 함께요.
그 고양이랑 살아나가기로 했는데 먼저 보내고 나서 앞으로 남은 햇수보다 더 살 고양이가 가여워 입양을 못한다고요.
우리 집에서 세 집을 건너 언덕에 사는 뤤디.
가마귀 떼가 포도밭을 덥치면 프로판 개스 대포를 빵 쏘아 쫓아주는 우리집 파수꾼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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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속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
답글
뿌연 연기속이지만 만가지 생각이 나게 만드네요.
아마 교아님도 마찮가지겠지만요.
물론 생일기념으로 7일이나 걸어준다는...
미국 서해안쪽으로 부는 바람이동으로 힘들어 하는
햇님도 힘을 못쓰게 만드는 산불..
미국의 힘으로도 못잡는 불길이 언제쯤 잡히려나?
이웃 사촌들과의 아름다운 교감
서로 주고 받으며 챙기는아름다운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제가 사는 시골동네는 이웃에 누가 아사왔는지 또 떠나갔는지
담을 쌓고 지내는데 함께 챙겨주는 아름다운 이웃 공감이 갑니다.
휠체어에 앉아 보낸 최장수 기록을 남기겠다고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뢘디님
올림픽 전사답게 건강을 회복하여 기록을 만드시길 기대해 봅니다.-
교포아줌마2020.09.18 16:49
섬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사는데
저 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언제나 그 곳에 친구로 있어요.
한 때 가까왔던 이웃은' 남편이 런던의 월스트리트에서 벤쳐회사 주식 상장을 하고 난 후 칠십대 초반에 돈 벼락을 맞았는데요.
한 삼년간 벼락부자로 마구 제 정신 없이 유명한 사람들과 어울리려 애쓰며 살데요.
어느 날 다시 제 집 문을 두드리고 외롭다며
자식이 없는 자기 부부는 죽으면 누가 거둘까 걱정 된다며 몰몬 교회에 갈까 여호와의 증인에 갈까 생각 중이라고 심각하데요.
노바디(No body), 아무도 아닌 사람들이랑 놀면
언제나 친구로 거기 있는데...
사실 노바디들도 한사람 한사람 다 최선으로 자신의 생을 자신의 환경에서 살아 온 썸바디 들인 것을요.
어느 누구라도 알게 되면 사탕 껍질 까듯 뤤디 처럼 그렇게 나름대로 의미있는 삶의 이야기들이 꼭 있어요.
뤤디
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이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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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2020.09.16 23:54 신고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게 해 둔
답글
특별한 날에,
저의 축하 깃발도 걸어두고 갑니다.
아름다운 삶들의 얘기에 목이 매어
더 말 못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옵고! -
그래도 미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늘 하는데,
답글
샌디나 뤤디 같은 사람들을 주위에서나 또는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만나거나 개인적으로 못 만나도 그런 사람들이 어떤
커뮤니티에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요. -
뤤디 님이 게양한 태극기는 골 깊은 세상에서 서로 무탈하자며 손 높이 들어 흔드는 안부이자,
답글
교아님 댁 두 분이 낯선 미국에서 일군 삶에 대한 경건한 경의 같아서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뭉클합니다. -
깃발 -유 치 환
답글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1936.1. 조선문단 )
태극기를 보면서 왜 깃발이 생각났을까요.
지지고 볶는 여기서도 태극기는 이리 가슴 찡한데
외국인이 높이 달아주는 태극기라니...
샌디. 뤤디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지내시라는 기도를 ^^ -
교포아줌마2020.09.18 17:06
은비님 답글이 안 올라가서 이곳에 올려봅니다.
답글
우리 강이지는요
우리가 원하는 강아지를 사서 입양한 케이스여요.
그 전에 있던 강쥐들은 버려진 강아지들을 입양했어요.
마지막 강아지가 될지도 몰라
똑똑하고 말 잘 듣고 털이 부드러운 강아지.
오스트렐리안 셰퍼드
일명 Aussie
우리 강쥐는 작은 사이즈라
미니 어씨 라 불러요.
뉴질랜드, 오스트렐리아의 그 양들을 이 개들이 다 관리하는데요.
보더 콜리 (Border Collie)랑 어씨 종류로
얼마나 영리한지요.
항상 무슨 일을 할까요 하고
이십사시간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만 기다려요.
어씨들은 하도 몇일을 들에 앉아 양만 보고 있어서
궁뎅이에 방석 처럼 푹신한 털이 나 있어요.
스커트라고 하는데 자주 잘라줍니다.
산길에서도 둘 중에 하나가 뒤쳐지면 뒤에서 몰고 앞에서 늦추고 하며 아주 바쁘게 움직여요.^^
은비님 위해 클로즈업 사진들을 자주 올릴께요.
손끝에 두고 쓰다듬으면 아주~~ 보드라운 털
그런데 하도 들에 혼자 있어 버릇해서 무릅위에, 사람 가까이에서 살붙이는 아니여요.
일 시키면 너무 너무 좋아해요.^^* -
눈앞이 환한 소식(코로나 백신)은
답글
언제쯤 들리나 했는데
어둔 연기가 눈앞을 다
차지했네요 곧 이동 하겠지요.
부연 대기에도 선명한 태극기가
뤤디님의 여유가 마음이 고맙네요
휠체어에 오십년 기네스북보다
마음 챙김 대상을 드려야 할 분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kbs인간극장 방송
피디들이 달려 갔을거에요
이웃들 훈훈한 얘기에 행복합니다^~^-
교포아줌마2020.09.19 10:18
내년 말이 되면 백신이 나올 수 있다지요.
서부의 산불은 연중 행사이다시피 합니다.
코비드 19의 사회 격리가 장기화 되면서 무기력함을 토로하는 이웃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인간극장 이란 프로그램이 있군요.
뤤디가 휠체어를 타고 온실 속의 토마토 밭을 가꾸는 이야길 듣고 섬에서 뉴스레터를 발간하는 친구가 제게 한번 취재하러 가자고 하고 뤤디도 동의 했는데요. 그만 그 친구 자신이 병에 걸리는 바람에 아마도 무산되지 싶습니다.
섬에는 노인들이 많아서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어떻게 채소를 기를 수 있는지' 를 보도할 참이었는데요.
블로깅이 있어서 빨강머리님에게 뤤디 이야길 나눌 수 있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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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태극기는 교아님 남편분 기념일인가요? 아님 교아님 생신이신지?
답글
올림픽 선수촌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을하던 20대 초반 그 건강했던 분이, 사고로 허리아래가 마비되어
50년이상 휠체어를 사용하신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그분 집앞에 태극기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오래오래 펄럭이게 되었으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외로운 코로나 시국에, 이웃이 없었더라면 저도 무척 우울했을것 같습니다.
이웃들에 대한 교아님의 글에 곡을 붙여 음유시인이 노래를 하면 멋진 노래가 될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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