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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뜰에서-엄마를 그리다.내 이야기 2019. 7. 15. 01:14
-엄마, 올해는 라벤더 들 앞으로 메밀을 심었어요-
아침 뜰은
언제나 상긋하다
비가 오든 개이든.
어머니 돌아가시고
일주일이 일곱번 지나던 날 아침
며칠 째 밖에 나가면 쫄쫄 따라다니는
검은 아기새 한마리
텃밭 까지 따라와 기둥위에 앉아 지지배배거린다.
나도 모르게 불쑥 나온 말
'혹시 내 엄마세요?'
새가 짐짓 가만 있는다.
'엄마라면 내 말 좀 들어보세요.'
호미를 쥐고 털버덕 주저앉아
줄줄 눈물처럼 터져나오던 말
'엄마
정말 그렇게 없어지실 줄 몰랐다고
내 집에 모시지 못한 것이 죽고 싶도록 후회된다고
그래도
엄마는 힘든 세상을 참 열심히 신나게 즐겁게 재미나게 사셨다고
나를 이렇게 낳아주신 게 너무 감사하다고
엄마 아니면 어떻게 내가 이런 내가 되었겠느냐고
어디론가 가셨지만 이렇게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지켜주시라고
그리고 엄마가 낳은 자식들
그 자식의 자식들
두루두루 살아계실 때 처럼 돌보아주시라고'
한 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에게
한 번 딸이면 영원한 딸로
또 돌보아달라는 이기적인 말로 맺었다.
-엄마, 나, 그리고 동생. 허바허바^^ 사장에서 찍은 사진-
* * *
삶과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
내 믿음의 실상이
이렇게 들어 났네.
내가 믿는다고 했던
어떤 교리나
과학적인 배움의 지식으로
차곡차곡 습득한 세상이 아니네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의 오관으로 받아들여
내 안에 쌓이고 곰삭은 것들로
이루어졌을 나의 세상에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네.
하지만
작은 새와의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했고
말을 마치고 나니
씻은 듯
후련해졌네.
엄마는
내가 살아가는 한
그렇게
새로
꽃으로
맑은 이슬방울로
바람으로
구름으로
파아란 하늘로
나와 함께 살 것이다.
-미국에서 첫 아이 배어 부른 배 모습을 한국의 엄마에게 보냈던 사진으로 엄마 사진첩에서 찾다.-
이천십구년
칠월 십사일
한 여름 맑은 아침 뜰에서
엄마 딸
교아
들 건너 -헤르만 헤쎄-
들 위로 구름이 흐르네
들 위로 바람
들판에 길 잃은 아이가 헤매이네
돌아가신 내 어머니가 낳은.
들 위로 나무잎들이 날리네
들 위로
나무들이 새들이 우네---
산 너머 저 먼 곳에
산 너머, 저 멀리에,
내 집이 있겠지
Rod McKuen: And to each 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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