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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총과 축복의 차이-브루클린 거리에서 걷기
    횡수설설 2017. 6. 3. 20:20

    걷는다.

    아가보는 틈틈

    남편이랑 교대로.


    사과 하나 토마토 하나 사러

    일부러 이마일 떨어진 가게로 가기도 한다.


    처음엔 목적지가 없어 어슬렁어슬렁 두리번두리번 걸었는데

    야채가게라도, 빵가게라도,

     가는 길이 뚜렷해지니

    발 빠르게 걷는다


    걷는 것 처럼 만만한 일이 있을까

    두 발만 성하면.


    내 발로 내가 걸으니 걷는 동안엔 내 마음대로다.

    신바람 나서 걷는다.


    걷다보면 힘이 솟고

    날아갈 것 같다.










    *  *  *


    비가 줄줄 오는 날

    박물관 앞에서 우산 없이 걷는

    내 나이 또래 여인과 우산을 같이 쓰고 걸었다.



    어깨에 망태기를 멘 나랑 달리

    그녀는 바퀴가 달린 가방을 끌고 있었다.



    '나도 이런 가방을 찾고 있어.'

    했더니


    어디랑 어디가 만나는 코너의 가게에서 $14에 샀다고.


    '와 정말 잘 샀다. 싸기도 하네.

    정말 운이 좋았구나'


    내가 luck이란 말을 하자


    '신의 축복(blessing)이지. 나는 요행(luck)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아.

    지금 이 순간도 신의 축복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거지.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신의 축복이야.'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신의 은총(Grace)이지.'

    내 말에 


    '내게 준 신의 축복(blessing)이야.'

    곧 맞받았다, 그녀는.


    우산 속에서 잠시 굵은 빗소리만 크게 들렸다.


    '너 쥬이시니?(Are you a Jewish?)


     흰색계통 천으로 터번 비슷하게 감싼 머리를 보면서

    그녀의 검은 피부를 보면서도


    신이 자신을 특별히 축복을 한다는 그녀의 '믿음'에

    불쑥 튀어 나온 말이었다.


    '나는 히브루(Hebrew)야.


    절대 유태인이 될 수 없어.

    유태인은 히브루에서 후에 갈라져나간 그룹이거든.'


    당당한 그녀의 말이었다.


    도서관 앞에서 그녀는 옆길로 가며 내 우산을 벗어나면서


    '너도 나처럼 신의 축복으로 좋은 가방을 살 수 있게 되기를!'


    축언을 하고 총총히 빗속을 걸어갔다.







    프로스펙트 파크 담을 끼고 걸으며


    은총(Grace)과 축복(Blessing)의 차이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네.



    어릴 때 부터 

    크리스쳔으로 자라 난 나


    어느 사이

    교회를 벗어나고


    신이 '나를 특별히 사랑해서' 에서 벗어나


    '신은 인간 누구에게나 다 은총을 베푼다'라고


    믿고 있네.




    *  *  *


    아들이랑 오늘 빗속에서 있었던 일을 나누었다.


    '맘, 어쩌다 블랙 히브루를 만났네!

    아주 전투적인 사람들이야.

    배타적이어서 대화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야.'


     

    인종, 종교, 성별, 신분등 

    인간세상의 어떤 종류의 차별에도 민감하게 반응, 저항하는 

    아들이


    와하하하 웃는다.




    아들과 대화 후

    구글에서 찾아보니


    미국의 흑인들 중에

    자신들이 유대 12지파 중의 사라진 한 그룹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선민사상으로 무장하고

    언젠가 흑인국가로 백인들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종교 집단이라고.


    십구세기에

    그 혹독한, 비인간적인 노예의 굴레를 벗어 난 남부에서 자생한

    흑인들의 교회 중 하나로 백인들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한 종교집단이란다.



    *  *  *


    빗 속에서 어깨를 부딪으며 우산을 함께 쓰고

    걷는 일과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에 대해서

    서로 위로, 응원하고

    공감한 순간의

    그녀와 나의 대화는

    따스했다.





    어느 누구라도


     '믿음'은

    믿는 것이기에

    절대 남의 침범을 불허한다.



    그래서

    자신들만을 고집하는 집단들 사이엔

    때로

    전쟁을 불사하네!!


    그 참.



    Imagine there's no religion.


    죤 레넌의 Imagine이 저절로 흥얼거려지더라.





    -브루클린 Grand Army Plaza, 빠리의 개선문 처럼 팔방으로 길이 나 있다. 여길 지나서 빵집도 가고 야채 가게도 가고 공원도 간다.-








                                            

    -흑인 민권 운동 후 미국을 떠나 아프리카와 빠리에서 생활한 니나 시몬느, 그녀는 과격한 저항으로 미국에서 적대시되어 미국을 떠났다-







    이천십칠년 유월 이일


    오늘도 브루클린에서 걷는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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