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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리서 오가는 마음
    농장주변이야기 2016. 4. 24. 20:31

    미셸이 한달 간 한국 친정에 다녀왔다.


    그 한달 동안

    혼자 남은 그녀의 남편은 텅 빈 집이 왜 그리 더 커져 썰렁한 지 모르겠다며

    서성거렸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거제도를 찾고 통영에도 가고

    동백꽃 붉은 사진을 남편에게 보내왔다고.


    열네살에  미국에 이민 온 남편은 동백꽃에 맺혀진 사랑말을 찾아

    잠시 떠러진 아내에게 그리움을 전하려하니

    인터넷 검색 아무리 뒤져도 동백꽃은 

    져버린 사랑, 맺지 못한 사랑이더라며

    혹시 

    둘의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 동백꽃에 대한 시가 있느냐고 물어왔다.


    글쎄요.

    뚝뚝 떨어져 버린 사랑이 동백꽃 사랑같은데요.


    내 얄팍한 머리 속 시들을 다 뒤져봐도 영원한 불같은 사랑의 동백은 없군요.


    그래도 붉은 가슴을 동백에 전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 아, 그래서 그냥 동백꽃은 빼고 우리 사랑 영원히'

    이렇게 붉은 글씨로 써서 카드 만들어 보냈지.'


    멋적게 

    하지만 수줍게 웃는 젊지 않은 남자의 모습.


    매일 붙어 살 때는 덤덤하다가

    훌쩍 떠난 빈자리를 불현듯 사랑으로 확인하는 


    그 새삼스레 확인된 사랑을 받고 

    멀리 한국에서 눈물로 감격하는 아내.



    우리들


    물기가 말라가는  날들의 부부는

    그렇게 

    이엄이엄 함께 손 붙잡고 살아나간다.






    *  *  *


    백화고 다섯개

    들깨 한 웅큼

    들기름 한 종지

    빨간 고춧가루 한 웅큼

    산나물 한타래

    깨꽃, 고추 찹쌀 부각들.






    친정 부모님이 손수 기르고 찌고 말리고 털고 짜고 갈아서 

    마다하는 딸의 짐에 자꾸 얹어주신 사랑이

    내게도 나눠졌다.



    정말 인물 좋은 백화고는 

    따로 있다고

    다음엔 꼭 미스 코리아 백화고를 가져다 주겠다고.


    세상에나 나한테 까지 오다니...


    고맙다는 말이 미안해서 잘 안나온다.



    참나물은 푹 끓여 우려서

    소금이랑 들기름만으로 볶아봤다.



    딸을 기다리며 만년 귀한 손님인 사위랑 같이 먹으라고

    따고 말리신 부모의 정성을 

    맛 보았다.








    이천십육년 사월 이십사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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