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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끼다가 버려지는 것들
    횡수설설 2016. 2. 22. 00:40



    모처럼 해가 눈부시다.


    힘이 나고 날아갈 듯한 아침.


    집안 청소도 하고 밀린 일도 하고

    저녁은 이웃이랑 어울려 먹고 싶네.



    간단하게 준비하겠다고 하니  흔쾌하게 오케이 한다.


    초대에  쉽게 YES로 응해주는 것.

    자신을 쉽사리 굽히고 눕혀 베푸는 쉽지 않은 마음이다.


    나는 별로 그러지 못하는 인간이면서도

    이런 마음이 참 고맙다.


    소중한 이웃이다.







    우리는 모르고 지날 뻔한 발렌타인데이

    저녁에 초대해 준 이웃.

     


    빨간 

    테이블보를 덮은 멋진 상차림에

    모인 부부들이 얼마나 포근하게 즐겼던지.



     나도 오랜만에  리넨 설합을 뒤졌다.



    한번도 안쓴, 산 지 오래 된 리넨 세트가 있었네.


    이건 특별한 날 쓰려고 미루고 아끼다가

    설합장 속에 묻혀, 거의 잊혀진 것이다.


    소유한다는 것은 가진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잃어버렸던 것을 찾은 기분이다.


    지금 또 아꼈다가 언제 쓸까?


    오래전 우스개 소리로 들은,


    나이들어 시력이 나빠질 때를 대비해서

    나중에 쓰려고 젊은 날 안대로  한눈을 가리고 다닌다는 사람이야기도

    생각나네. ^^





    이삼년 전 부터

    아끼지 말고 즐기며 쓰자는 생각이 들어 꾸준히 실천해 왔는데


    아직 아끼는 물건들이 더러 있네.ㅜ ㅜ


    더 나이들어 정성들여 상차림을 즐기며

    손님을 초대할 기력이 없어지면 고스란히

    버려질 것들이다.






    오늘 쓰자


    내가 좋아하는 물건일 수록 

    자주 매일 손끝에 두고 쓰자고

    다짐한다.



    소중하게 여겨 함부로 쓰지 않을 것은


    사람

    그리고 시간 밖에 더 있을까.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아이가 되어 상차림을 하는 즐거움을 누린 날.






    이천십육년 이월 이십일 

    해밝은 날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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