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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으로 오는 길 - 거목들의 숲에서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포레스트)
    산, 들, 강, 바다 2022. 2. 19. 01:53

     

     

    손녀를 본 지 여섯달도 더 넘었다.

    지난 연말 연초에 가려다

    한파로 큰 고개들이 얼고 눈이 쌓여 못 갔다.

     

     

    보고 싶은 마음에

    이틀 만에 달려 갔다.

     

    이제 꽉 찬 다섯살이 된 손녀

    키도 크고 많이 변했다.

     

    지난 해 책을 같이 읽으며 

    C.A.T. 는 cat 이지?

    크 .애 .트 . 캣  했더니

     

    정색을 하며

    ' 할머니, 나 한테 읽는 법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냥 할머니가 계속 읽어줘' 했었다.

     

    할머니는 누군가

    그저 하자는 대로 따라 해주었지.

     

    이 번 에는 친구가 매일 보낸다는 

    ' I Love you 아무개'

     어려운 손녀 이름 까지 또박또박 잘 도 쓴

    제 친구의  카드를 보여준다.

    너도 카드를 보내고 싶니? 했더니

    그러고 싶은데 자신은 글을 쓸 수 없어서 그림만 그려 보낸다고.

     

    자신이 쓸 수 있는 건 I, COW, ZOO 인데 

    답장으로 보내는 카드에 그  ' I cow zoo ' 라고 써 보내면 어떨까?  한다.

     

    그래도 친구가 무슨 말인지 이해 할 것 같다고.

     

    하하하

    그래서 또 한바탕 웃었다.

     

    이 아이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건  

    느긋해지는 것이다.

    때가 되면 알아서 읽고 쓰고 하겠지.

     

    그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  *  *

    돌아오는 길은 태평양 연안 바닷길을 택했다.

    겨울

    함초롬 이슬 젖은 거목들의 숲 (레드우드 포레스트) 을 거닐려고.

     

     

    엘크가 많이 모여 있곤 하는

    엘크 프레이리 캠프 그라운드에서 묵었다.

    (Elk Prairie State Park Camp Ground )

     

    아침 안개 속에 

    뿔 달린 커다란 수 컷 세 마리가 초원에서 아침을 뜯는다.

    암컷 들과 새끼들과 동 떨어져 있는 걸 보아

    수태 시기가 끝나고 

    암컷 들은 뱃 속에서 봄에 태어 날

    새 생명 들을 키우고 있으리라.

      

     

     

     

    이 곳을 지날 때 

    언제나 처럼  

    캠프장에서 일 마일 내에 그 입구가 있는

    칼 베럴 로오드 (Cal Barrel Road)를 걷는다.

     

    국립공원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강아지가 예외로 걸을 수 있다.

    칼 배럴 로오드는 겨울엔 차의 통행을 막아 놓았지만 차 길 이기에

    우리 처럼 강아지랑 걷는 사람들이 찾는다.

     

     

     

     

     

    동이 터 거목들 사이로 쏘며 들어오는 햇살들.

     

     

     

     

    이 겨울 

    몇 백년 살다가 쿵 하고 스러져 간 거목 부러진 근처를 지날 땐

    나무 진 냄새가 숲 속에 경건하게 흠뻑 배어 있네.

     

    걷다보니 어느 새 몸이 젖어 드는데

    햇살 비치는 곳에 문득 내리는

    물방울 방울방울방울...

     

    태평양 큰 바다 물기가 안개가 되고

    큰 나무 에 맺혀 수 많은 방울의 이슬이 되고

    이슬 이 커져서 떨어져 내리는

    물  방울들.........

    ............

     

    이 거목들을 키우는 것들이

    바로 눈 앞에서

    방울 방울 떨어져 내리더라.

     

     

     

     

     

     

    이루마, when the love falls

     

     

    이천이십이년 이월 십팔일 아침

    손녀를 보고 돌아 온 아침

    교아

     

     

    • eunbee2022.02.19 00:05 신고

      예쁜 손녀,
      많이 자랐네요. 벌써 꽉찬 다섯살.
      이틀 거리에 살지말고 두 시간 거리에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제 경험이 가져온 안타까움이에요.

      다섯 살 손녀의 당찬 자신감이
      너무 이쁘고 장해요.

      광활하고 웅장한 미국의 자연도
      늘 부러운 대상입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19 14:15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

        예쁜 손녀 은비와 비행기로 하루 걸리는 곳에 떨어져 사시니 이틀을 하이웨이로 달려 간 마음을 당연히 아시는군요.^^

        할머니는 뭘 가르치려 아이를 끌지 않고 옆에서 가만히 보며 이리저리 보듬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다섯살이 되니 혼자 나무에도 오르고 자신의 세계에 많이 몰입합니다. 보기에 그저 대견한 게 할머니 눈이지요.

        미국의 서부는 광활, 웅장 그 자체지요.. 때론 거칠기도 하지만요. 오는 길 내내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고맙습니다. 은비님은 손녀 보러 파리에 가 계신 건지... 격조 했습니다.^^*


      • eunbee2022.02.20 01:07 신고

        지난해는 코로나 19로 못갔는데
        올봄엔 은비에게 가려는 용기를 내보려구요.

        한껏 게으름만 늘어나
        블로깅도 게으르지만, '이웃집' 나들이는 자주해요.^^*

      • 교포아줌마2022.02.20 13:27

        와~~
        보고 싶어 마음에 달려가시는 마음으로
        비행기가 조금은 빨리 간다지요?^^*

        이젠 숙녀가 된 은비.
        할머니 젊으실 적 모습 언뜻언뜻 비치기도 할...

        블로깅은 숙제가 아니라
        손을 놓아도 편한 게 좋아요.

        손녀와 함께 걸으실 빠리의 봄 길.^^*

    • 발마2022.02.19 01:41 신고

      다섯살 손녀의 on my way~!!
      그 자신감 어디서 나오는걸까? ㅎ~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면 볼수록 보고 또 보고
      옆에 있어도 또 보고싶쥬?

      7살 넘기면서부턴 제 또래와의 추억쌓기
      놀이에 빠져들게되니 그때까지는 만날적
      마다 많이많이 안아주세요. 먼훗날까지도
      할미품안의 체온기억은 평생의 활력소♡!!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19 14:30

        하하하
        발마님 세 손주들 귀여운 일화들을 떠 올리고 계심에 틀림없으시다! ^^*

        그 모르는, 순진함에서 나오는 
        한계가 없이 펼쳐보는 가능성을 향한 상상력들이
        참 자유롭게 들리고 보여요.

        그럼요. 마냥 품에 안고 싶지만 이젠 당당한 다섯살이라 제 무릅에 안 앉고 마주 앉는군요. 하하
        좀 서운하게 빨리도 자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있어서 좋고
        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가 있어서 좋고요.

        아이들이 장년이 된 걸 보면서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나는 걸 보면서
        우리의 사그러드는 생기와 말라가는 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발마님^^*






    • 오공2022.02.19 03:05 신고

      이틀이나 걸려서 달려간 곳..
      그곳에 예쁘고 아름답고 보고 싶은 손녀가 6개월 만에
      다섯살 나이가 되어 할배와 할매를 맞아주는군요.
      정말 보고 싶을것 같아요.

      이슬이 모여 빗방울처럼 온통 쏟아지는 모습 장관이군요.
      생명줄의 아름다운 모습 즐감합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19 14:35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 까지 고속도로로 달리면 이틀 걸려요. 그래도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던 동부의 뉴욕에서 육로로 갈수 있는 서부로 이사한 것에 다행이라 여긴답니다.

        우리도 처음 봤어요. 그렇게 굵어진 이슬 방울이 계속 떨어져 내리고 있는 걸요. 바다의 수증기가 모여 키우는 거목 숲의 비밀을 드디어 목격했어요.

        이미 세번 가 본 같은 장소 인데요.

        오르고 내리는 산행에서 천천히 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산행으로 바뀌는 덕분인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오공님^^*

    • 빨강머리2022.02.19 22:30 신고

      아요~~귀여워요
      본인이 아는 글자 보내겠다는
      얼마나 귀여운 발상에요
      그 시기 특권이지요~ㅎㅎ~
      맘먹고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손녀따님
      볼때마다 껑충껑충 크겠어요
      그래도 비행기 아닌 육로로 다닐 수 있어
      다행이라니 다행여요^^

      거목들이 우거진 숲 풍경 아름답고 든든합니다 소리없이 삐져나온 찬란한 햇살
      청정지역에서나 나올 수 있는 물 방울들
      지구의 청청기 역할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나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른다네요.ㅎ

      여기는 어제저녁 펑펑 눈이왔어요
      밤새 왔는지 내다봐야 되는데 게을러서
      아직도 이러고 있답니다.ㅎ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20 13:34

        세상의 복잡한 법, 규약들을 몰라서
        자유로운 마음들.
        특권, 맞아요.^^*

        좀 더 내륙 쪽의 거목 숲인 세코이아 내셔널 파크의 거목 단지 들은 지난 해 산불로 몸에 알루미늄 호일을 감고 산불을 견디고 더러 유명한 거목들은 불에 타 버리고 했어요.

        해안가의 습기로 이곳은 산불 위험이 좀 덜합니다.

        큰 눈이 왔군요.
        곧 눈 속에서 매화가 피고 봄이 살금살금
        그러다가 성큼 오겠지요, 

        게으를 수 있는 우리 나이 참 좋지요?^^

    • 노당 큰형부2022.02.20 21:09 신고

      (4) 
      안녕하세요? 
      손주를 보고 오가며 갖는 행복한 여행길
      이슬 방울이 비가 되어 내리는 숲속의 장엄한 풍경에 
      미국이라는 넓은 나라를 또 한번 생각 합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21 04:58

        예쁜 쌍둥이 손녀들 수아, 주아가 이젠 다 커서 틴에이저들이 되었겠어요, 노당님^^*

        아이들 크는 것 보면서 세월이 빠른 걸 느낍니다.

        미국, 캐나다의 서부는 광활하기도 하지요.

        오랜 만에 반갑습니다.

    • Silky2022.02.21 07:16 신고

      와아~ 이슬방울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또 쏟아져 내리는 레드우드 포레스트 !
      정말 아름다운 숲이네요? 어찌 그리 신묘한 순간을 포착하실 수 있으셨는지 적지 않은 내공의 결과 이겠지요?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22 14:49

        우연이었습니다.^^

        거목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었을 겁니다.

        눈에 잡히는 것들.

        우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못 보고 살고 있을까요. 씰키님 ^^*

    • 앤드류 엄마2022.02.21 18:57 신고

      손녀가 벌써 다섯살이 되었군요. 정말 세월 빠르네요.
      "할머니 나한테 읽는법 가르치려하지말고, 그냥 할머니가 계속 읽어줘",
      그리고 보니 전 아들들에게 책 읽어주면서 읽는법을 가르칠 생각을 못하고 
      아무생각없이 그냥 읽어 주기만 했는데, 그래서 저희 아이들이 읽기가 늦은것일까요?ㅎㅎ
      저도 할머니가 되면 책 읽어주기만 계속 해야 겠습니다.
      본인이 쓸수 있는 글자 I cow zoo 로 써도 친구가 무슨 말인지 이해할것 같다는 손녀의 생각,
      정말 천진난만하네요. 저희 아들들이 키울때랑 너무 달라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제 손녀였슴 친구가 메일로 보낸 글자 따라 적어라고 했을텐데... 또 하나 배웠습니다.
      커다란 뿔을 가진 숫사슴, 멋있네요.
      거목아래로 떨어지는 큰 이슬이 눈이 내리는것 같아요. 이슬방울이 얼마나 컸으면...
      오랫만에 웅장한 거목들과 숲을 보니 딴세상 같습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22 15:01

        그러게요.
        앤드류 엄마랑 손녀 봐 주러 가서 살고 있던 아파트 앞 길 건너 브루클린 뮤지음 에서 만난 때도 벌써 사년 반이 흘렀군요.

        그 때 큰 키에 시원시원한 말투 유쾌한 기운의 젊은 경란님 만났을 때.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우리 손녀가 조금 게을러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특권은 가르치는 의무에서 완전 벗어나는 거 일 것 같아요. 하하

        아무래도 좋다, 그저 재미나게 하루를 놀아라' ^^

        어떤 의도도 없이 맺어지는 관계 처럼 자유롭고 좋은 관계가 있을까요..

        이슬 내리는 속을 걸으면서도 못 보았던 걸
        햇살에 비쳐 보게 되었던 레드우드 포레스트의 이슬방울들.

        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가도 매번 경험이 다른 것
        날씨, 온도, 계절, 무엇 보다도 그 속을 걷는 내가 매번 다른 것 때문이겠지요.^^




    • 율전 - 율리야2022.02.24 11:18 신고

      어찌 하다보니 ~~~~
      오랫만에 들려서 이 글을 보게 되네요~~~
      손녀가 벌써 ... 꽉찬 다섯살이 되었다구요?
      그 손주 태어날 때 애기 봐주러 가실 때가 5년전 이라구요?
      세월이 그동안 그렇게 빨리 지나갔군요~~~
      다섯살 손주 ... 
      생각하고 행동 하는 모습 간접적으로 나마 보았네요~~~
      참 영특 하게도 재치있고 재미 있네요~~~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랄뿐입니다.
      귀가 하면서 찍은 사진들 ... 모두 멋지네요~~~~
      엘크도 신기하고 ... 거목들 사이를 뚫고 비추는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24 17:40

        오랜만입니다. 율전님^^*

        세월이 뭉청뭉청 가 버립니다.

        손녀는 키도 크고 자신 만의 생각을 뚜렷이 표현하는 개인이 되어가구요.

        그러지 않아도 저 장면들을 찍을 때
        율전님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촛점을 맞추어 찍으실까 생각했답니다.

        저는 그저 아이폰 하나로.

        그래도 저런 순간들이 포착된 게 신기하고 대견할 뿐이에요.

        율전님 같으신 섬세한 눈의 사진예술가 께서
        멋지다고 하시니...

        신기하게 본 것을 나눈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 맨드리2022.02.25 14:29 신고

      손자들과 함께 하시는 시간들이 즐겁고 행복하시네요 ?
      그럼요?자식 키울때보다도 손주들이 더 귀엽담니다 ^^*
      머나먼타국땅에서 사시니 더욱더 가족들이 그립지요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하니 늘 젊고 즐겁고 건강하시게
      지내시길 기원함니다 ~아참 늘 아줌마니 늘 젊으시니 좋우시네요 ?..ㅎㅎ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26 05:29

        손주들 이 주는 기쁨을 아시는군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글쎄요. 숫자는 나이를 말해주네요. 하하하

    • 노루2022.02.25 17:13 신고

      ㅎ ㅎ I Cow Zoo

      귀여운 손녀 덕분에 손녀와의 행복한 시간들에다
      1박 여행으로 저런 숲 속도 거닐며 즐기시네요.

      Redwood 같은 거목들이 그 지역에서나 숲을 이루는
      게 이슬방울 비 얘길 들으니 그렇겠구나 이해가 되네요.
      저 엘크 사진을 자꾸 보게 됩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26 05:34

        하하
        돌아오는 길 
        좀 지루하다 싶으면 둘이서 꺼내들고
        웃고 또 웃던 I Cow Zoo.^^

        101 국도로 올라오는 길에
        이렇게 멋진 캠프장들이 있어요.

        레드우드나 세코이어 등 거목들이 
        태평양의 습기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처음 목격했어요.

        초원의 한 곳에 여성 엘크들과 어린 엘크들이 모여있는 것과 달리 저렇게 뿔도 거창한 남성 엘크들이
        세 마리 스스로 격리해 있던 걸요.

        짙은 안개 속에서 그 뿔의 위용과 커다란 몸집이
        더 돋보이던 새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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