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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비드 와중에 종합 클리닉에 다녀오다
    뉴스얽힌 글 2020. 5. 12. 01:04




    병원에 다녀왔다.

    엄밀히 말하면 종합 클리닉이다.


    벌써 16년 째 나를 돌봐주는 페밀리 닥터를 비상시에 만나러.





    시애틀 다운타운의 클리닉

    우선 파킹장이 닫혀 있다.


    코비드 19 감염 방지를 위해

    누구라도 동반자가 따라 들어갈 수 없어

    환자 혼자 가야한다.


    마스크를 쓰고

    고무 장갑을 끼고

    조심 조오심

    어디 지뢰밭에 다녀오는 것 처럼 

    조심할 사항을 다시 머리에 입력하고.


    아침 열시 오십분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스크 쓴 여인이 내 머리에 체온계를 대고

    열이 있나 체크한다.


    지난 사흘간 열 난 적이 있냐?

    절대로 없어.


    오케이. 그럼 이걸로 손 깨끗이 씻어.

    고무장갑을 벗어 팽기치고 알코홀 세정제로 손을 씻었다.


    그리고는 코비드 바이러스를 위한 스크리닝을 마쳤다는 쪽지를 준다.






    오늘 병원에 있는 동안 이걸 죽 갖고 있어야 해.


    오케이


    저쪽으로 가 봐.

    새 마스크를 줄거야. 그걸 착용해.


    알았어. 땡큐 베리 마치.


    두 번째 관문에서

    스크리닝 마쳤단 쪽지를 확인하고

    홈 메이드가 아닌 병원 일회용 마스크를 준다.



    또 손세정제로 손을 닦으란다.


    오케이, 땡큐 베리마치


    엘리베이터 앞에 오니 가슴이 좀 더 답답해온다.


    오늘의 미션을 가슴 엑스레이를 찍고 피 검사를 하고

    패밀리 닥터를 만나는 것이다.


    * * *


    삼주 전 쯤 쪼그리 의자에 앉아 잡초 제거하다 무릅으로 가슴을 세게 쳤는데

    잠이 깨도록 통증이 심했었다.



    통증이 가시나 보나 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맥박이 빨리 뛰기도 하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났다.

    코비드 사태에 집에 마련해둔 산소 측정기로 쟀더니

    산소 레벨이 낮은 90에 머문다.

    정상인 높은 90 대에 올리려면 깊은 숨을 몇번 들이 마셔야 했다.



    이 와중에 병원엘 꼭 가야하나?


    그래도 주치의를 만나 체크해야 한다고 

    적어도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사위랑 딸이 적극 권했다.


    몇번의 이메일이 닥터와 오가고

    정황상 한번 봐야겠다고 의사가 판단해서 약속이 잡혔다.


    * * *


    이미징 센터에 가니 아무도 없다.


    쏘셜 디스턴싱 하라고 한 의자 건너 앉지 말라고 붙여 놓은

    쪽지가 무색하다.


    마스크 쓴 리셉셔니스트가

    일사천리로 접수해주고


    마스크 쓴 촬영기사가 나와서

    즉시 모시고 가 착착 사진 두장 찍고.



    기다림이 없다.





    홀 건너 편 피검사 하는 곳으로 가니

    또 아무도 없고 혈액 뽑는 테크니션 다섯이

    줄 서서 나를 기다린다.


    반갑다고 마스크 쓴 속으로 미소 짓고(안 보이지만) 손을 흔든다.


    노 바디?


    노 바디!


    친절하기가 그지 없네.


    해브어나이스데이!

    블레쓰 유어하트!


    혈액검사 센터의 온 직원이 모두 나와

    나를 환송하네.







    의사 약속 시간은 한시 반이라 

    일단 밖으로 나와 남편이랑 합류.


    와 이렇게 빨리 나왔네.


    말도 마. 완전 귀빈 대접 받았어.

    나 밖에 없거든.


    오랜 만에 텅 빈 시가지를 빙빙 돌고.



    *   *   *

    진료실 앞


    평소엔 앉을 자리가 없는 환자 대기실에 아무도 없네.

    리셉셔니스트도 넷이 있었는데 오늘은 한 사람.


    몇 년 동안 정기 검진 때 마다 반겨주던

    RN 캐이디가 아닌 낯선 간호원이 나를 부른다.



    마스크를 껴서 얼굴을 파악하기 어렵다.


    올해 5월의 정기검진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었던 차에

    혈압, 체온, 키, 몸무게 다 재고

    의사를 만나러 온 이유등을 묻고.


    하우 아 유?!! 쏘 굿 투 씨 유!!


    언제나 처럼 닥터 오렌이 들어 온다.

    마스크 속으로 활짝 웃고 있으리라.


    앰 베리 화인!! 쏘 굿 투 씨 유 투!!


    나도 활짝 웃고 하마트면 또 허그 할 뻔 했다.

    이크 소셜 디스턴싱!!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한다.


    상태가 화인인 사람이 의사는 왜 만나러 오는지??

    웃기지만.



    엑스레이도 두시간 동안 레디올로지스트가 후딱 읽어냈고

    피 검사도 완전 마쳤다.


    환자가 없으니 이런 쾌속의 서비스가 가능하네.


    일련의 내진을 마치고


    유 알 화인!! 아이 엠 글래드!!


    땡큐 베리 마치!!


    *  *  *


    늑막에 멍이 들어 호흡시 통증을 줄이느라 삼주 동안 낮고 가쁜 숨을 쉬는게

    어느 덧 버릇이 되어 호흡 곤란증과 가슴 답답증이 왔던 거라고.


    엑스레이를 보여주며 평소 처럼 자세히 설명해준다.


    숨을 깊이 쉬는 연습을 하고 심장에 부담을 주는 운동을 하라고.


    *  *  *



    피 검사도 다 정상이고 그런데 너 오늘 아침 당이 무지 높다.



    아 아침에 일찍 나오느라 배 고파서 맥도날드에 들러

    후렌치 후라이랑 버거랑 마구 먹었어.


    그랬구나. 와하하하


    또 신나게 웃었다.


    그런데 이러다 병원 망하는 거 아냐?


    아주 심각한 상황이야.


    오렌은 내과의로 병원의 부원장직을 맡고 있어 

    재정 형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진료의 결과를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한테 전화로 알린다.


    쉬 이즈 져스트 화인.


    폐에 물도 차지 않고 염증도 없고 사진이 깨끗하게 나왔다고.


    하하 웃으며 서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나오는 길

    발걸음도 가볍게 마주치는 모든 클리닉 스텝들에게

    두 손 모아 감사했다.



    이 와중에 환자를 돌보는 

    그대들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 마스크를 써서 얼굴은 잘 모르겠지만서두요.


    병원이나 클리닉이

    코비디 환자를 받는 부서가 아니면 더 안전하겠다.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  *  *




    Furlough

    펄로우' 라는 새로운 단어를 자주 듣는 요즘이다.


    일단 직장을 쉬고 건강보험은 들어주지만 월급은 못 받는 상태로 대기하는 임시 해고라 할까.


    의사들은 감봉되고

    간호원들은 펄로우에 들어가고

    심지어 청소하는 사람들 까지 감원인 

    병원들이 대부분이다.



    대도시에서 코비드 환자를 치료하느라 수고했던

    미디어에서 영웅으로 추켜올려졌던

    의사들, 간호원들 모두가  조용하게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안갯 속 같은 불투명함 속에서 

    어서 빨리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한다.




    이천이십년 오월 칠일

    시애틀 클리닉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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