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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혼잡한 명절 인파를 피하느라
아들네를
추수감사절 전 주에 캘리포니아 가족 모임에서 만나
일주일 동안 손녀도 다시 안고 보듬는 호사를 누렸다.
딸네는
멀리 뉴질랜드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다.
둘이
자칫 심심해질까봐
배 타고 건너가는
인구 몇백명이 안되는 작은 마을로 가서
조촐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 전날 부터 그곳에 폭설 주의보가 내려서
섭섭하지만 포기했다.
예전 같으면 폭설을 뚫고도 갔을텐데...
-우리동네 다운타운 2017 12월-
어제
날이 맑아
남편은 장작을 팡팡 패고
나는 라벤더를 털었다.
여름에
집을 비웠기에
일을 돕는 이그나시오가 라벤다를 베어 걸어주었다.
연말에 떠올리는 고마운 사람중엔
이그나시오가 제일 먼저 꼽힌다.
긴 길을 일부러 들어와서
대문 안에 패키지를 넣어주는 젊고 고운 우체부
키트도 고맙고.
창고에 걸어두었던 라벤더 묶음들을
소쿠리에 담아 바느질 방에 며칠 넣어두었더니 바싹 말라
손으로 비비기도 전에 잘도 떨어진다.
체에 치고
까불리고
바람에 몇번이고 날려 먼지를 털어 일고
서너 시간
해 아래서 놀다보니 파란 라벤다 낟알들이
거의 한말 조금 안되게 나왔다.
십몇년 하다보니
이 일이 이젠 이력이 났다.
달인이 되었네.
뿌듯하다.
깊어가는 겨울
향베개를 만들며 놀 거리가 이만하면 충분하다.
벽난로에 들어갈 크기로 잘 뽀개진 마른 장작들도 착착 쌓여있고.
부자가 된 기분^____________________^
노동의 값은 달다.
며칠 전에 며느리 한테서 하누카 첫날이라고 텍스트가 왔다.
아항~
며느리 아버지가 쥬이시여서 당연히 하누카 명절을 쇠겠구나.
해피 하누카(Happy Hanukkah) ^^*
나도 축하 텍스트를 보냈다.
그리고 하누카 명절의 유래에 대해서 다시 찬찬히 찾아보았다.
초가 아홉개 달린 메노라 (menora) 촛대와
초를 켜는 방법, 그리고 초를 켜며 부르는 노래들에 대해서도.
엄마가 어느 정도 쥬이시 전통을 물려 받았으니 우리 손녀도 당연히 쥬이시 전통 속에 자라게 되겠지.
누가 뭐래도
모든 딸들은 엄마딸들이다.
우리 손녀 엄마인 며느리가 해피 해야
손녀도 해피하지.
무심히 지나치던 메노라를
이제부턴 눈여겨 보게 생겼다.
크리스마스엔
하누카도 당연히 염두에 두게 생겼네.
이천십칠년
십이월 이십 삼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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