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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땡스기빙 디너 2016
    다문화사회 2016. 11. 25. 13:30


    올 땡스기빙은 아이들 식구들이 못 오게 되었다.




    아이들 사정에 따라

    우리처럼 부부가 둘이서

    아님 혼자서 땡스기빙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이 있어

    이리저리 모여 땡스기빙을 보낸다.




    올해가 자신의 마지막 땡스기빙이 될 수도 있다고

    굳이 자신이 터어키를 굽겠다고 하는

    에릭네 초대를 받았다.


    에릭은 혈액암을 앓고 있다.



    각자 하고 싶은 요리들을 한두가지 마련해서

    모인다.



    나는 아껴두었던 백화고도 불리고

    새송이 그리고 송이 버섯으로

    버섯 밥을 만들었다.





    소금을 약간 넣고 오분도 현미에 버섯 불린 물을 넣고

    밥을 뚝딱 했다.


    쉬운 요리다.










    밭에 아직도 한창인 

    케일을 따서 퀴노-케일 샐러드를 만들었다.


    올리브유, 마늘, 레몬쥬스, 겨자, 소금, 후추로 드레싱을 만들어

    잣이랑 말린 크랜베리를 함께 섞었다.









    남쪽에서 오래 살아서 땡스기빙이면 으례 우거지들을 모아

    돼지기름을 넣고 푸욱 끓인 southern green을 빼놓지 않았는데




    에릭네 부부가 독일에서 이민 온 유태계라

    돼지고기를 안 먹을 것을 알기에

    올리브유 드레싱으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잘 보관된 마지막 포도도 한바구니 담고

    우리집 포도로 만든 포도주도

    피뇨 느와, 로제, 화이트 세병을  준비했다.




    마지막

    이 될지도 모른다는 에릭의 땡스기빙에

    아린 마음으로

    나도 정성을 다 하게 되네.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살라는 말


    새벽 첫 기상 할 때 다짐을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말끔 잊어버리곤 하는 나.









    멀리서 온 에릭네 아들, 딸이랑

    모두 열 한사람이 모였다.


    여전히

    쾌활하게 농담도 잘하는 에릭이랑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도 하며 먹고 마셨다.


    이야기 끝에 

    에릭 아내 잉가가 별 동요없는 음성으로



    몇년 전

    이웃에서 가까운 친구가 죽었을 때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뒤뜰에서 영결식을 하고

    재를 뜰에 있는 커다란 바위 주위에 뿌린 후

    참석한 이웃들이 오늘 우리들 처럼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길 했다.


    밥상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다시

    버터를 듬뿍 넣은 바삭바삭한 

    애플파이, 체리파이 까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맛있게 땡스기빙 디너를 먹었다.



    식사 후엔 

    삼주 전에 모로코 여행을 다녀 온 앨런의 여행사진들을

    에릭이 편집해서 보여주었다.


    등에 혹이 하나인 낙타를 탄 사진에 얽힌 이야기도 들으며.



    그렇게 

    또 한 번의 땡스기빙이 지나간다.


    에릭의 마지막 땡스기빙은 잠시 잊고


    빗속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또 만나자고 기약하며 

    헤어졌다.



    나오는 길

    유난히 커다란 바위가

    눈에 들어오네.








    이천십육년 십일월 이십사일


    비 오고 바람 많이 부는


    땡스기빙데이에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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