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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서 제일 오래 된 스테인 글래스가 있는 브루클린 교회에서
    다문화사회 2017. 7. 7. 13:46









    제이브가 

    이번 일요일에 첫 설교를 하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며느리가 묻는다.



    어머나!

    당연히 가야지!



    젊은 목사 지망생 신학도의 첫 설교라니...



    제이브는 우리 아들 며느리 결혼식에서 

    주례를 한 젊은이다.


    그리고

    며느리의 대학교 때 부터 절친으로

    결혼식에서 신부인 며느리를 돕는 

    Maid of Honor를 한 탐의 파트너다.


    결혼식, 리셉션에 대한 디테일이며

    신랑, 신부 의상에 대해 탐이

    조언을 많이 했다.


    아들 내외가 결혼 한 두해 전 여름엔

    제이브가 중학교 수학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후

    목사가 되려고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고.



    학교가 뉴저지에 있으니

    브루클린에 살고 있어서

    주말에 아들네 집에 놀러오는

    두 사람을 더러 더러 만나 


    트럼프 집권 이후


    동성애 결혼에 부쩍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학교 측에 실망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독립절이 낀 연휴의 주말이라 

    타운이 텅 빈 일요일


    며느리, 

    아가 손녀, 

    나, 

    남편


    넷이서 



    제이브를 응원하러

    교회에 갔다.






    뾰죽 첨탑이 하늘을 찌르는 

    돌로 된 아주 오래된 브루클린 시내의 교회였다.


    세상에나.


    이렇게 오래 된 교회가 있네.





    검은 목사 가운을 입은 키 큰 제이브

    그 곁에 

    열손가락을 깍지 끼어 

    두손을 모아 기도하는 탐이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스무다섯 사람 쯤 모인 작은 모임의 예배를 드렸다.


    브루클린 답게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남 녀 노 소 모여서.




    부르는 찬송가는 모두 17세기에 만들어진 곡들이고

    예배 형식도 내가 이제 껏 경험한 그 어느 교회에서도 못 본 


    어떤 틀에 맞춘 

    천주교 예배 비슷하기도 한

    아주 고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평소에도 오십명을 넘지 않는 신도에

    좌석이 많은 

    커다란 본당은 사용하지 않고

    작은 방을 예배하는 곳으로 쓰고


    목사도 높은 단상에 오르지 않고

    신도들이랑 

    나란히 어깨를 겯고 둥그렇게 앉아

    예배를 보는 것이다.



    이런 쾌쾌 묵은 골동품 같은 교회에서

    삼십 초반의 

    이마가 반듯해 

    깊고 진지해보이는

    젊은 제이브가

    예배를 주도했다.







    이 날


    제이브의 설교 주제는 

    '순종'에 대한 것이었다.



    아들 이삭을 죽여 제물로 바치려던 아브라함의 순종'에 대해서.



    복종은 악이고

    반항이 선이라고 생각을 하며 

    전형적인 미국의 틴에이져로 자라난 이야기



    보수적이고 엄한 종교생활을 하는 가정에서 자라나

    게이의 삶을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불순종 한다는 생각에

    겪은 혼란과 방황의 이야기를 나눴다.


    자식까지 죽이려던 

    아브라함의 신에 대한 순종을 이야기 하면서


    내가 순종하는 '신은 누구인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고대에 행해졌던 인간제물의 야만적인 전통을 끊어버린 신


    양을 대신 보내어 번제하게 한 신은


    그 짐을 자신(=자신의 아들)을 죽여 대신 질머진 신.



    어쩌면


    종래의 격식과 전통에서 오는 온갖 부담을 허물어 

     인간을 정죄하는 온갖 죄 짐에서 해방시킨 사건이 아닐까


    제이브는 신에 대한 정의에 접근하면서

    어쩌면 (perhaps)이란

    단어를 여러번 썼다.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당신이 믿고 순종하는 그 신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반드시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고


    듣는 사람들에게 묻고


    말을 맺었다.




    성찬식을 주도해

    빵을 떼고

    포도쥬스에 적신 빵을 한조각씩 나눴다.


    새로 낳은 어린아가도 축복하고.


    제이브가 아직도 신학생 인턴 신분으로


    신도들 반 이상이 여행을 떠난 주일에

    이렇게 담임 목사 대행을 할 수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다과를 나누는 친교 시간


    예배 내내

    계속 고개를 숙이고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던 탐.


    오늘 예배가 어땠느냐고 묻는다.


    '예배시간 내내 기도하고 있었지? 제이브가 잘하게 해달라고.'


    짖꿎게 웃으며 물었더니 


    '그랬다'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오는 것 같아서


    '제이브 설교가 나는 참 좋았어' 하면서

    탐을 꼬옥 안아주었다.


    배우자인 제이브가 좋은 설교를 하기를 비는 

    탐의 간절한 마음이 몸으로 그대로 전해져 왔다.







    탐의 안내로 본당에 들어 가 봤다.


    천장이 까마득하게 높은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인글레스들로 메워진 창들이 

    어두운 교회당 안과 대조되어

    색이 찬연하다.










    좌석이 많은 본당은 

    이젠 쓸 모가 없게 되어서


    다음 주 부터 

    본격적으로 근처의 홈리스들을 이곳에서 

    자게 하기로 했다고

    새로 마련한 삼십개 간이 침대들을 보여준다.



    자신도 목사이면서 담임목사의 사모인

    멜로디는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임무로 생각한다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도

    기대에 차 있었다.


    파이프 오르갠도 웅장한

    오래된 예배당을 

    홈리스들에게 잠자리로 내어 주는 마음.



    과감하게

    게이 청년에게

    예배와 설교를 맡기는 교회 구성원들의

    그 마음밭과 쉽게 연결 할 수 있었다.






    주일에 

    교회를 안 나간지가 

    참 오래되었다.



    제이브네 교회처럼


    젊게 다시 태어나는 교회라면


    가끔씩은 


    들.르.고. 싶다.



    내가 믿는 신은

    누구인가.





    * 아 참!


    제이브랑 탐은 

    팔월 초에 양가 부모, 친지, 친구들을 모아 

    뉴잉글랜드 작은 타운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며느리, 아들이 벌써부터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흰 새틴 목면으로 

    라벤다 베개를 하나 만들어 두었다.



    둘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멋진 깃털도 달아서.^^



    이천 십칠년 독립 기념일 주말


    브루클린 교회에 다녀온


    교포아줌마


    포스터의 자장가를 알리슨 크라우스가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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