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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타일??-자식들에게 길러 주어야 할 것들카테고리 없음 2012. 11. 1. 18:11
강남의 한 미용실에
네살짜리 꼬마가 머리 깎으러 왔다.
아빠, 엄마 손 잡고 들어온 남자 사내아이다.
자리에 앉히고 컴퓨터를 켜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고 아이가 신나게 게임하는 동안 두명의 미용사가 아이 머리를 깎는다
한사람은 가위를 들고 또한사람은 아이의 머리를 잠시 잠시 아이의 사정을 보아가며 고정시키는 보조 역활을 한다.
옆에선 아이의 머리가 잘못될세라, 아이가 혹시 안좋은 경험을 할세라 아이의 표정,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발과정을 오케스트레이트하는 낭낭한 음성의 엄마가 붙어 서 있다.
우리 아무개 머리 이리로 돌려야지요, 너무 잘 했어요. 아주 장해요.
왜 얼굴을 찡그렸어요? 기분이 나빴어요? 아~ 게임을 해야하는데 머리를 위로 올리고 있으라고해서 화가 났다구요? 아 너무 미안해요. 앞으론 아저씨한테 좀 기다려달라고
부탁할게요. 어머나 너무나 잘 참네요. 아주 잘 참고 있는데 조금만 머리를 이쪽으로 돌리고, 아주 잘했어요. 우리 아무개 너무나 참을성이 많아요.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아주 잘 해냈어요. 우리 아무개 앞거울 볼까요, 뒷거울 보세요, 아주 멋있어요. 너무 잘생겼어요.
박수도 짝짝 치면서 엄마 입이 쉴새가 없고 아이의 컴퓨터 게임은 계속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두 미용사는 아이가 컴퓨터 게임 짬짬 주어지는 환경에서
가위를 대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
* * *
닥터 스파크 (Dr. Spock)는
'육아의 상식(Common Sense book of Bay and Child Care, 1946)이란 책의 저자이며 소아과의사로
1940년대 후반에서 부터 육칠십년대까지 미국 부모들의 육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미국의 소위 베이비 부머 (1945-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닥터 스포크의 육아철학에 의해 자라난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저서는 출판되자 마자 칠십오만부가 팔렸고
지난 오십년간 오천만부가 팔리고 세계 사십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넌픽션 책이다.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안아주어 아이들의 감정을 헤아려주고 관용적으로 돌보며
아이들 중심으로 가정생활을 이끌어나가라는
종래의 어른 중심적이고 아이들에게 엄격한 훈육을 중시해 온 미국 사회에 완전 새로운 바람이었다.
스포크 박사의 육아론은 세계 제이차 대전 후
풍청이는 물질의 풍요와 함께 빈곤에서 벗어나 부를 맛보기 시작한 미국의 젊은 부모들에게 술술 먹혀들어서
거의 신앙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의 교육철학과 육아법들을 신봉하고 널리 퍼졌다.
가정은 가부장적인 것에서 아이들 중심, 아이들 활동 위주로 바뀌어져갔고
육아에 무관하던 아버지들을 육아에 참가하게 고무, 격려하여 부부 공동의 의무와 책임으로 변했다.
그의 육아법이 성공한 배경에는
피임약의 출현, 여성해방운동, 부부 맞벌이 등의 사회적인 변화의 요소들도 한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물질적 결핍이 심한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길러주던
치열한 경쟁심,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 극기, 충동에대한 억제능력 등의 자질등은 풍요로운 사회에서 그 빛을 자연 잃는다.
스포크 박사가 미국의 새로운 육아철학을 창시했다기 보담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세대가 자신들의 환경에 걸맞은 한결 느슨해진 태도로 긴장감을 늦추고 아이들 기르기에 대한 태도들을
스포크가 정리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대중은 언제나 환경에 맞게 대세를 형성하고 그 물결을 재빨리 타는 인물은 그 세대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 * *
스포크 박사의 관용적인 아이에게 너그러운 육아법은 오, 육, 칠십년대에 까지 잘 먹혀들다가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버릇없고, 인내심이 없고, 자기애에 강하고,
이기적이며, 남탓으로 돌리고, 어려움을 견디는 힘이 부족하다는 등의 비판이 칠십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팔십년대에는 보수교육철학자들이 다시 아이들을 훈육해야 한다. 는 교육철학들이 팽배했다.
대표적인 반대편의 목소리로 기독교 극우 보수 에반젤리스트이며 심리학자인
제임스 답슨 (James Dobson)의 '두려워말고 아이들을 훈육하기(Dare to Discipline, 1970)'라는 책을 선두로
일곱살 이전의 어린 시절에는 벌과 체벌도 필요하다는,
보호자로서의 부모의 권위와 역활을 고수하면서
사랑과 함께 훈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육아법이 한창 힘을 얻었다.
* * *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어 살기 시작한 이후로
육아론은 끊임없이 부모들의 열렬한 관심이 되어왔다.
자연스럼게도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의 태도는 주어진 경제적인 여건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한 세대가 살아가는 동안
한나라의 경제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고
하물며 한 가정의 개인경제는 더욱 예측불허한 것이다.
* * *
닥터 스포크의 육아책은 이젠 더 이상 서가에서 팔리는 책이 아니다.
아이들 중심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가정을 주장한 그의 한없이 관용적인 육아철학은
'미국을 망쳤다' 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육아 철학 뿐만 아니라 의사로써, 소아전문의 로써 그가 과거에 조언했던 육아방법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의학계에서 경고, 정정하는 부분도 더러 있어 왔다.
대표적인 것으로 영아들이 갑작스럽게 이유없이 죽는 현상 ( Infant Sudden Death Syndrom)에 대한 미국 의학계의 새로운 의견이다.
닥터 스포크가 영아들이 먹은 것을 토할 경우 기도로 넘어가는 위험을 막기위해
아가 들은 배를 눕혀 재우라는 조언을
과거 몇세대간 실시해온 미국 부모들에게
갑작스런 영아 사망의 원인으로
배로 엎드려 자는 아가들이 코가 침대에 묻혀 숨을 못쉬어 질식사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는 의학적 증거와 발견으로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모두 등으로 뉘어 반듯하게 얼굴을 위로 하고 잠을 재우는 것이 그 예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수유기간이나, 모유의 중요성, 영유아를 다른 방에서 잠재우기등...
육아를 위한 과학적인 이론도, 육아철학도 세태에 따라
계속 변한다.
흐르는 물처럼 서로 섞이고 맞물리고 엇갈리며
그렇게 계속 변해갈 것이다.
* * *
그런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속에서
때론 급변하는 사회여건 속에서
짧은 안목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시대에 안맞아 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이로 기르는
시행착오를 저지르지만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은
아이들의 생존과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나름의 최선의 선택으로
아이들을 길러왔고 또 계속 그럴 것이다.
그래서
육아하는 모습에서 그 부모의 인생관과 추구하는 가치관이 보이고
인생의 목표가 보인다.
* * *
다시 머리 깎는 네살짜리 사내 아이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건 닥터 스포크의 관용의 육아철학과는 아주 동떨어져 보이는 현상이다.
만인 평등 사상에 기초를 둔 상호존중과
어린이를 개인적인 인격체로 존중하는 생각이 닥터 스포크의 육아철학의 근본이라 할 수 있고
이는 미국 리버럴리즘의 근간을 이루는데 공헌했다고 평가된다.
* * *
요즘의 대세가 아이들을 하나 내지 많으면 둘 낳는 시대라서
아이들의 존재는 아주 귀하다.
한 아이에게 쏠리는 관심은 부모, 양가의 조부모만 하더라도 이미 귀챦을 정도로 너무 많다.
불면 넘어질세라 날아갈세라 아이의 보호에 주위의 어른들이 목숨을 거는 과잉보호속에서
아이 위주로, 아이가 원하는 대로 환경을 만들어준다.
아이가 세상을 살피고 눈치를 보고 판단을 하는 능력을 기를 기회를 많이 빼앗는다.
네살이면 머리 깎을 때 가만히 앉아서 미용사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나이다.
아이가 원하는 컴퓨터 게임을 두손을 놀리며 계속하고 마음대로 머리를 움직이는 가운데
두 명의 미용사들을 그에 맞춰 맞춤형으로 머리를 깎게하는 것.
절절매면서 아이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머리깎을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하려 안깐힘 쓰는 무력한 미용사들.
젊은 엄마가 네살백이 아들에게 공손하게 존칭형 어미를 써서 말을 하는 것은 공손한 말씨를 가르치려는 의도를 훨씬 벗어난 과장된 느낌으로 다가오고.
아이는 주위를 살필 필요없이 안하무인으로 자신의 원하는 짓거리를 계속하는 것. 에서 나는 문득
이 아이 부모가 이 아이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 '신분부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났다.
미용실에서 머리 깎을 때 머리를 곧추 세우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에는 관심이 전혀없는.
머리를 깎아준 어른들에게 감사합니다. 하는 말 한마디 해서 고마움을 표시하라는 가르침이 전혀 없는 부모의 태도에서
세상이 아이를 위해 모두 맞추어주는 '귀한 신분'을 아이에게 습관들어 얻게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 * *
그러고 보니
유명 호텔이나 식당에서 치뤄지는 초호화 돐잔치와 영상, 사진으로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한 영화촬영을 방불케하는
과도한 사진, 영사기 촬영들도 그런 맥락에서 보아진다.
아이와 부모가 아름다운 옷을 입고
집이 아닌 초호화 거대한 세트에서
풍성한 음식과 멋진 케이크를 놓고 왕자, 공주들처럼 차려입고
선물을 가득 받고 그것을 기록으로 영원히 남기는 행사들.
모두 신분을 만들어주는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면 아웃사이더인 한 교포아줌마의 지나친 편견일까.
능력을 길러주는 것 만큼 신분부여를 위해 자원을 쏟아붓는 부모들이 많은 사회는
신분이 능력보다 중요한 사회일 것이란
증거일 것이다.
문득
뿔이 너무 거창하게 커서
몸의 균형을 쉽게 잃고 나무가지에도 걸려서 거동이 불편한
큰 뿔 사슴 생각이 난다.
* * *
변하는 삶의 환경에서
우리의 귀한 자녀들의 생존과 보다 나은 번영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부모가 가르쳐주어야 할 기본적이고 불변하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
교포아줌마 (c)
이천십이년 십일월 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