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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보내며- 숲속에서카테고리 없음 2020. 12. 31. 16:06
또 숲속을 걸었다.
싱그런 숲 냄새에
몸 보다 마음이 앞서 씽씽 닫는다.
중간에서 팍 넘어졌다.
웅덩이가 생긴 곳에 나무토막으로 메워진 곳과
이끼가 깔린 나무 밑둥 옆
둘 사이에서 순간 망서리다
나무 토막을 밟는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져
오른 쪽 무릅을 꿇어 부드러운 진창에 푹 박았다.
돌이나 단단한 나무 뿌리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걸음걸이 처럼 마음을 따르는 건 없네.
순간적인 망서림에
다리의 근육들은 나아갈 곳을 몰라 갈피를 잃고
몸은 균형을 잃는다.
우선 멈추어야하는데...
다음 디딤이 확고하게 정해질 때 까지.
몇 걸음 뒤에서 오는 남편이 별 일 없는 걸 확인하곤
하하 웃는다.
앞으론 넘어질 일이 점점 더 생길 테니
천천히 조심 하자면서.
길이 넓고 잘 다져진 산길에서는
길을 믿거라 하고
걸음은 걸음대로 저절로 가고
마음은 마음대로 자유로이 따로 논다.
구비구비 울퉁불퉁하고
행여 비라도 많이 온 다음 날엔 질퍽질퍽해지는 웅덩이들이
여기저기 생기는 숲 속 길에선
매 디딜 곳을 살펴 딛는다.
어쨌거나
날이 갈수록 우리의 걸음걸이는 점점 더 느려지고
또 더러 넘어지기도 하겠지.
2020년을 돌아보니
뚜벅뚜벅 많이도 걸은 해였네.
살아있는 걸 확인이라도 하듯
둘이서
거의 매일 많이도 걸었네.
* * *
저녁 녘에 아들네가
동네 공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친구랑 앉아 이야기하는 손녀 사진을 보내왔네.
친구랑 무슨 재미난 이야길 하고 있을까?
내년이면 곧 네살이 되는
우리 예쁜 손녀야.
요즘에 보내 온 비디오엔
-엄마 어른이 되려면 얼마나 오래걸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으니?
-응
-아주 오래 걸린단다.
-왜 ?
-왜냐하면 아이로 남아있는 시간이 오래 일수록 좋은 일이기 때문이지.
손녀가 엄마인 며느리의 대답에
수긍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 다른 비디오엔
유클렐레를 치는 며느리의 반주에 맞춰 손녀가
레인보우 커넥션을 노래 부른다.
처음 듣는 노래라
우리도 유투브에서 레인보우 커넥션 노래를 찾아 들어본다.
나도 손녀 따라 배워 봐야지.
muppet show 중에서- Rainbow connection
Willie Nelson, rainbow connection
이천이십년 마지막 날에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