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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속에서 만난 캐런 (인종차별주의자 백인여성)
    횡수설설 2020. 7. 23. 13:04

     

    편도 사마일의 등산로는 

    걷기 편하고 상쾌했다.

    목적지 고개에 오르는 길의 

    반 이상이 울창한 전나무 숲 속 

    더운 날씨에 시원한 그늘 

    녹아내리는 눈들로 흘러내리는 개울 물들은

    차갑고 맑았다.

     

    겨우 내 쓰러진 큰 나무들이

    너덧 군데 길 가운데를 가로 막고 있는 걸 보아

    아직 산길 정리하는 발렌티어들이나

    내셔널 포레스트 직원들이 길 정리를 안 한

    비교적 발길이 뜸한 트레일이었다.

     

    개들이 같이 갈 수 있는 트레일로

    당연히 우리 개도 같이 갔다.

     

     

     

     

    생후 다섯 달 때 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한 우리 강아지.

    벌써 칠년 째 산행을 하니

    산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옆으로 비켜서고

    등산객이 지나갈 때 까지 

    길을 양보하고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게 몸에 배었다.

    (애 자랑하면 욕 먹지만 개 자랑하면 경청하는 세상 민심 이다)

     

    물론 

    잘 한 행동에 대한 맛있는 게  보상으로  항상 따르지만.^^*

     

    사 마일을 걸어 고개 (pass)에 올랐다가

    점심 먹고 돌아 내려오는 길

     

    오후가 되어 날이 더워지니

    부지런히 걸어 내려 온 발에 불이 난다.

     

     

     

    모처럼

     비교적 널직하고 평평해서 느리게 흐르는

    개울물에 발 좀 담가 식히고 가자.

     

     길목을 피해 

    십 미터 쯤 밑

    돌 위에 앉아

    신발을 벗고 발을 식힌다.

     

     

    와 시원해!!

    땀이 쑤욱 들어가고.

     

    우리 나이 보다 좀 젊은 듯한 여인이 개울 가에 도착하는가 했는데

    다짜고짜 우리 보고 빨리 끝내고 가던 길을 가란다.

    EXCUSE ME? (황당한 요구에 남편 왈)

    조금 있으니 검은 랩 큰 강아지랑 그녀의 남편이 시야에 들어 온다.

    그 집 개가 

    개울 아랫쪽에 있는 우리 개를 보더니

    마구 컹컹 짖고 날뛴다.

     

    그녀가 다시 우리 한테 명령조로 빨리 물에서 나와 갈 길을 가란다.

    Why? (남편 ,의아해서)

    자기네 개가 훈련이 안 되어서 다른 개들을 보면 덤비고 그러다가 개 줄을 잡은 자기 남편을 넘어뜨린다고.

    That's too bad.  you can  wait until we are ready to go.(남편, 느긋하게, 그래? 우리가 갈 때 까지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려'  한다)

    언제 갈 건데? ( 그 여인 계속 시빗조로 )

    (우리는 개울의 길목을 피해  낮은 곳에 앉아 있는 중이다).

    I don't know. We will let you know when we are ready. ( 남편 더 느긋하게, 우리가 다 쉬고 나면 그 때 알려줄께 )

    그 백인 여자 

    믿을 수 없다는 듯 화를 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이쯤에서 그 녀의 이름을  *캐런 Karen

    (* 미국 내 베이비부머 세대의  백인 여성들의 흔한 이름 으로 백인 우월 주의에 빠져

    유색인종들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은 유색인종의 위에 군림,  모든 사회적

    혜택을 당연히 누리고, 유색인종들은 자기 마음에 따라 보기 싫으면 그 자리를 뜨라고 할 수 도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여성을 통칭하는 대명사로 요즘 BLM 프로테스트에 지탄 받는 인간상)

    이라고 불러야 된다는  견적이 충분히 나온다.

     

     

    그녀가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에게 캐런' 질을  하자

    그녀의 남편은 민망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

    마누라 캐런에게 인상 한번 쓰고 컹컹 짖는 개를 끌고 개울을 건너 도망치듯 저 만치 먼저 갔다.

     

     

     

    강짜를 부리다 안 통하니 분통 터지는 지

    뭐라뭐라 개울 물소리에 분을 푼다.

    떠나는 캐런^^의 뒷 모습을 아이폰 카메라에 한 컷 담았다.

    혹시 돌아와 강짜 부리면 촬영할 준비도 하면서. ^======^

     

    모든 걸 다 자기 마음대로 부리고 누리는게 마땅하다고 착각하고 살아와서

    삶의 모퉁이 마다 만나는 불행을 어쩔거나.

     

    아시안들이라고 백인들에게 다 고분고분 양보하고

    나이스 한 척 하는 아시안들 아니다.

    캐런 

    너 오늘 딱 걸렸어.

     

    얼얼하게 식은 발로 

    내려오는 길.

    언제나 이런 경우를 만나면 그렇듯

    좀 씁쓸하다.

     

    딸 이랑 사위는 이런 인간들 만나면

    'You FXXKing Racist!!

    What's your problem?!!

    하라고 여러 번 나를 연습 시켰다.

    더 화나면 미들 핑거를 내밀라고.

    종전 까지는 미들 핑거 대신에 둘째 인덱스 핑거가 자꾸 내밀어 지던데

    이젠 미들 핑거도 여차하면 자연스레 나갈 것 같다.

    얏호!!

     

    이천이십년 칠월 이십일일

    손녀와 아이들이 살아 갈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교아

     

    Imagine dragons, believer

     

    *추가 하는 글

    오늘 저녁 이십사일 딸, 사위랑 화상통화 하는 중 위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었더니

    딸이 자신이 만난 환자와의  웃지 못할 대화를 나눠준다.

    수술할 환자가 딸과 면담하는데 첫 마디가

    여자 환자:    '아시안들은 참 열심히 일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닥터가 되는 사람이 많은데

                        아마도 공포(fear)  때문에 그러겠지? 공산주의 때문이지? 무서워서 공부를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딸:               아시아 나라들이 다 공산주의는 아닌데. 한국, 일본, 타이완 등 민주주의 나라들인데.

     

    여자 환자:   그래도 가장 큰 나라 중국이 ( the major one, China ) 공산주의니 거기서 거기지 뭐.

     

    딸 :         자 ,  어디 환부를 좀 볼까?

     

    딸네 부부, 우리 부부 배꼽을 쥐고 웃다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이게 어디 웃을 일 인가. 여기서 태어나 자란 아시안계 미국인 아이들을 언제나 외국인 취급을 하고

    이 따위 엉터리 무식한 색안경을 쓰고 아시안 어메리칸 들을 본다.

    그런데 많은 미국인들은 정말 무식하다.

    웃어 넘기기엔 목에 콱 걸리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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