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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후- 산에 갔다-카테고리 없음 2016. 11. 11. 04:22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믿기지 않게 트럼프가 당선되는 걸 밤 새 지켜보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악몽이 아니고
현실 이네.
참담한 마음에
산에 가자
이럴 때
걸을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한시간 내 운전 거리에 있는
마운튼 싸이 (Mt. Si)
그 옆에 작은 동산 만한
리틀 싸이 (Little Si)
왕복 트레일이 4마일 정도이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갑자기 결정되는 산행에 알맞춤하다.
산길이 산봉우리의 북쪽으로 나있어서
여름철을 제외하곤 대개 장화를 신고 갈 정도로
질척하고 습하다.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한 나무들에
날이 흐리고 컴컴한 날엔
폐쇄 공포감이 생길 정도의 컴컴한 숲 속 길이다.
강아지도 답답한지
시야가 트이는 곳에 이르니
달려가 뻥 터진 하늘을 즐긴다.
정상에 올라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먹고
차도 한잔 끓여 마시다.
엄마 아빠 품에 안기며 걸으며 올라온 세살 배기 꼬마 아가씨의
처음 등정 (The First Summit)이라며 자랑스러워 하는 세식구.
들도 넣고
구름도 넣어 아이폰 사진을 찍어 주었다.
내려가는 우리한테
혹시 가다가 장난감을 발견하면 보이는 곳에 놓아 달라고 부탁한다.
차에서 내리다 떨구었을까
파킹장에 오니 누가 벤치 위에
곱게 모셔 올려 놓았네.
열심히 찾으며 내려오다가
마지막에 발견할
꼬마의 환하게 터지는 기쁨을 느낄 것 같다. ^^*
* * *
포도가 익는 날에 ' 올린 이웃 이야기에
이웃 발마님이 새로 단 답글에
답을 달았다.
솔직히 말해서 두달전 이맘때 상기 본문글을 읽을 때만해도
설마 설마 하면서도 속으로는 트럼프가 당선될지 모르겠군
하는 뭔지모를 직감 분위기가 감지되었기에 다시 읽어봤스.
나는 미국 속사정을 잘 파악할 수 없는 단순 관전자였기에
힐러리가 여통령으로 당선돼도 우리 신라시대 세분의 여왕
이미 재위하였으니 놀랄일도 아니라 은근 기대했었더래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놀랄만한 사태 벌어졌넹?
트럼프가 이뻐서가 아니라 힐러리가 미워서 공화당 찍었다는
사회 소외계층 약자계층의 대반란이다 등 분석이 요란하던데
교아님은 개인적으로 이미 대세흐름을 예측하고 있었던듯? 그츄?이 글을 올릴 때는 전혀 예상치 못했어유~
집 앞에 아주 커다랗게 트럼프 사인을 꽂아놓은 이 레드넥 이웃들의 용기에 의아해하고
이제껏 없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새로운 현상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비교적 가난하고
농업, 육체노동, 전직 군,경 출신이고
기계 매카닉들로 컴퓨터 시대, 로봇 시대에 직업을 잃고 하릴 없이 절망에 마약등에 절어사는 사람들이 많고
주는 것은 꼭 물건으로 갚거나 발품을 팔아서 인사를 오는 전통적인 예의 표시를 하는 사람들이란 새삼스런 발견에 올린 글이어유~
비교적 교육정도가 높고
학자, 엔지니어, 전문직(변호사, 의사) 종사자, 예술가 등의 부유한 리버럴 이웃들은 답례에 인색하고 캐쥬얼한 사실과 아주 상반되는
푸근한, 인간성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 날이었어유~
어제 트럼프 당선 확정된 후
우리가 레드넥들이 득시글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로 레벨이 찍힌 트럼프 지지자들 동네 한가운데 사는 것을 염려한 아들과 사위에게
남편이
장문의 이메일을 써서 보냈어요.
이웃 레드넥 트럼프 지지자들이 우리집에 무슨 일 있으면
총가지고 와서 싸워 주겠다' 고 응원하는 사람들이고
이웃 울트라 부자가 우리 땅 귀퉁이로 물길을 냈을 때
커다란 트랙터, 불도저를 밀고와 그냥 다 밀어버리겠다고 응원, 위로 해주던 이야기
그리고 포도랑, 라벤다를 돌리면 꼭 정성어린 물품으로 발품을 팔아 답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 같이 살만 한 사람들이다 하고 아이들을 안심시킨 글이었어요.
반면 화이트 리버럴 이웃들은 입으로는 멋있는 말들을 쏟아내면서도
실제로 흑인 친구들을 한 사람도 가지고 있지 않고
극단의 개인주의로 자신의 안일을 조금도 양보 안하는 생활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자칫 속하기 쉬운 그런 부류의 생활 스타일에 대해 경계하는 글을 보냈어요.
사위는
그래도
저런 막되먹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이 슬프다고 답글을 보냈더군요.ㅜㅜ
저도 같은 마음이지요.
유럽의 파시즘이 휩쓸고 간 이후의 세계가 피폐, 파괴되었던 상황을 떠 올리며
네오 파시즘 바람이 다시 부는 유럽을 보면서
과거 자신들이 파괴, 약탈한 나라들의 황폐와 가난 그리고 전쟁에 휩싸인 혼란을 몰라라 하고
브랙싵으로 울타리를 친 영국의 우민들을 선두로
미국이 같은 발상에서 트럼프를 뽑은 것은 앞으로 올 검은 폭풍을 보는 듯해서 불안하지요.
어제는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트럼프 당선에 ' 내 대통령은 아냐' 하는 젊은이들 오천명의 평화시위가 있었어요.
글로벌 시대
지구를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다 같이 나누고 누려야할 자원임을 인정하고
싱생,공생하려는 젊은이들과
내 것, 내 동네, 내 나라만을 챙기려는 욕심스런 기존 세대와의 대립일 수도 있어요.
울타리를 치고
내것을 챙기고 남 몰라라 하는 생각이
지나친 국가주의, 인종차별주의, 성차별, 종교차별로 치달아
적을 만들지 않으면 존립이 위태로운 그런 분쟁의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지요.
이 아침,
레드넥 이웃들이 오랜만에 기펴는 승리의 기쁨들을 보며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경우 이 사람들의 지금의 나처럼 참담했을 마음도 생각해 보고
작은 목소리들을 낸 이사람들을 선동해서
가난이 무엇인지는 죽었다 깨도 모르는
일상에 실증난 항상 배부르게 살아 온 지도자가
자신의 힘 과시를 넘어 파괴를 부르는 전쟁놀이를 하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한다는 경각심에
그 기쁜 기운이 넘쳐
성난 기운으로 바뀌어 힛틀러를 띄워 올렸던 독일의 폭도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정리 안 된 아수선한 마음에 서성입니다.
별거 아닌 아줌마의 글을 세세하게 읽어주시는
발마님께
고맙습니다.이천십육년 십일월 십일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