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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오는 크리스마스카테고리 없음 2014. 12. 20. 00:25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이 온다
멀리서 오는 아들네랑
가까이 바다건너 오는 딸 사위랑
이젠 명절을 의례 같이 쇠는 사위 동생네 식구 넷
송아지 만한 개 그레이트 대인도 그집 식구라 그림자 처럼 따라 온다.
작은 우리 강아지도 올 크리스마스엔 친구가 와서 신나게 놀겠다.
지난 번 땡스기빙 때는 딸네 가서
사위랑 사위 동생이 쿠킹해서 명절을 쇠었다.
두 형제가 부엌에서 정답게 즐기면서 음식을 해대는데
정말 맛있다.
올해 사돈 내외를 땡스기빙에 우리집에 초대했었는데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여름이 끝날 무렵에 미리 다녀갔었다.
짧은 일정에 두 아들네 식구들이랑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할머니, 할아버지, 두 아들 두 며느리, 그리고 네살 여섯살 어린 손자 둘, 큰 개
모두 한동이로 다닌다.
덕분에 우리집도 와글와글 북적북적
사위 동생네는 이젠 아예 우리 식구가 되었다.
아이들이 오니 즐겁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다.
회색의 겨울에 화기가 더하는 즐거움.
아이들이 자라면서 함께 만들고 모은 크리스마스 장식들도 이젠 많이 쌓였네.
보관해 둔 박스들을 열면서
얼마나 많은 크리스마스를 맞았는지 새삼스럽다.
아이들 어릴 적 선물 주던 스타킹도 그대로 걸고
싼타클로스를 믿고 기다리는 사돈네 꼬마 손자들 스타킹도 마련했다.
우리 강아지 스타킹도 걸고.
북구의 흰눈 위를 달려오는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막연히 동경하며
언니랑 동생들이랑 색종이랑 아버지 담배곽 은종이를 모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던
내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교회에 가서 탄일종이 땡땡땡 노래하고
그 어리신 예수 눌 자리없어 에 맞춰 분홍 치마저고리 입고 무용하고
싼타클로스가 주는 과자 봉투를 손에 쥐고 뽀독 뽀독 눈 밟으며
언니 손잡고 돌아오던 밤길
교회 마당의 멋진 크리스마스 추리^^*
미국 유학간 아저씨가
보내 준 알록달록 크리스마스 젤리랑 캔디가 든 박스^^*
아이들과 함께 모은 소품들을 꺼내면서
그것들에 얽힌 기억들이 따뜻하게 돌아온다.
가난한 학생 아파트 시절이었지만
근처의 농가에 가서
크리스마스 추리할 전나무 작은 걸 남편이 톱으로 직접 잘라오던 일
작은 공간이 솔향으로 가득하던 기억.^^
기저기 찬 아이들과 알루미늄 호일로 만든 반짝이는 별 장식.^^
추리에 장식들을 걸면서
언제나 조심조심
소중하게 제일 먼저 걸리는 건
아이들이 어릴 때 만든 것들이다.
이젠 거의 부수어질 정도가 되어버린
더러는 삼십년도 더 된 것들도 있다.
내가 그랬듯
우리 아이들도 크리스마스의 그 천진스런 기다림과 기쁨을 이렇게 매해 추리에 매달았었네.
이젠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이십년도 더 된 크리스마스 카드는
단추를 누르면 아직도 징글벨이랑 크리스마스 캐롤을 울리고
불도 반짝 반짝 들어온다.
아이들이 할머니 살아계신 것 같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추리엔
우리 살아온 날들이 주렁주렁 걸리네.
아이들이 와서 잘 잠자리도 마련하고
먹을 것도 준비하고
무엇보다도
오는 사람 누구에게도
아무런 '의도' 가 없는
같이 보내는 시간동안 즐겁게 지낼
편한 마음만 준비한다.
이천십사년 십이월 십구일
크리스마스에 오는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하는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