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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기-윈체스터 마운튼 트레일 (Winchester Mountain Twin Lakes)산, 들, 강, 바다 2016. 9. 1. 02:54
돌아보니
산에서 보낸 시간이 참 많기도 하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이 자라나면서도
사진첩은 온통 산과 들이다.
기저귀 겨우 뗀 우리 애들이
높은 산 찬 호수에서 파랗게 추워 수영하는 사진들.....
어쩌다가 가끔 간 크고 작은 도시들에선
찍은 사진이라곤 없네.
두고 기억하고 싶은 장소가 없었을까
그냥 스쳐지나가는 발길들로 마음을 안주고 다녀서일까
-mt. Baker 근처 Winchester Mt. 으로 올라가는 길의 Twin Lakes 캠프장에서/팔월 셋째 주일 2016-
둘째를 낳고 백일이 되었을 때
남편은
이젠 산에는 다 갔다
라며 한탄했다.
아들 혼자일 때는 자신이 아들을 없고 하이킹을 했는데
둘이 되었으니
인생 끝난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젖먹이 백일동이 목을 겨우 가누는 딸을 꽁꽁 여며 싸서 업고
겨울의 끝머리에 눈이 덮인 산에 올랐다.
두살 짜리 아들을 업고.
아직도 등산된다!
남편은 의기충천해서 앞장 서 걸었다.
그러네 등산되네!
나도 따랐다.
그러다가 잔설을 밟고 아가 업고 내가 미끄러져 굴렀다.
그때 산행을 마쳤는지
아님 거기서 걷기를 그만두었는지는 기억이 흐릿하다.
출산 후 백일 된 아가를 없고 산에 가 미끄러져 굴렀던 일만 기억에 남아있다.
남편은 산에만 가면 힘이 솟는 것 같다.
따라다니다 보니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그 참.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등산
그러다가
그게 취민가 한다
그냥 살아가는 날들의 일부인데....
밑천은 두다리
걷기만 잘하면 된다.
발품을 팔면
거기 있는
호수
비쳐 들어온
구름
산
빙하
나무
숲
꽃
물결을 타고 지나가는 바람
......
무릎도 예전 같지는 않아
내려오는 길은 많이 조심이 되고.
거리도 이젠 하루 걸이
여섯 시간 이상 되는 데는 피한다
대신
가다가도 물 좋으면 발도 담그고
꽃밭에선 놀기도 하고
눈밭에선 미끄럼도 타면서
쉬엄쉬엄 놀며 다닌다
따라만 다니다
다리 아프고 힘들면
피해의식으로 애꿎은 남편을 원망하는
내가 영 못마땅해
이젠
내가 앞장 서서
산에 가자고 한다
마음 가짐이 다르다.
이천십육년 팔월 31일
교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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