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북가주 로 반 (半) 이사 하다-땡스기빙 디너

교포아줌마 2024. 12. 2. 13:22

 

 

지난 몇 년 간

벼르고 미루고 망설이고 주저하고 엎치락뒤치락 결단 을 못 내리던

따뜻한 곳 으로 이사 를 드디어 단행 했다.

 

아들 네 동네 에서 고개 하나 넘어 있는 작은 마을 로.

 

이 나이 에 이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 이라

한 두 해 살아 보고 살 만 하면 아주 옮길 계획 으로

말 하자면 반 쯤 이사 한 건 데.

11 월 뼈 속 까지 시리는 찬 비 내리는 동네를 떠나 

막상 내려 오고 보니

어깨 에 내려 와 덮는 햇살 이 따스 하고  좋아

두고 온 동네 싹 다 잊고 햇볕 에 녹아 있네. 

 

이부 자리 깔고  부엌 에서 밥 을 지으니

내 집 이라 마음 이 붙여지네.

 

창문 으로 보이는 씨카모어 추리 숲 엔

터어키 여나무 마리 와서 노닐고.

 

 

십일 월 말 단풍 이 한창 이고

키 큰 레드우드 추리 들이 푸르다.

북가주 에 있는 동네 맞다.

 

 

땡스기빙 데이

아들, 며느리 네 집 에서 오란다 .

차 로 이십 분 남짓 거리 에 있는 아들 네 

아직은  길 이 안 든 낯 선  부엌 에서

손녀 가 좋아하는 팥 이 든 찹쌀  모찌  몇 개 만들어 갔다.

 

 

아들 은 터어키 를

오븐 에 대 여섯 시간 굽지 않고

간 해서 밤 새 재웠다가

 반 으로 넓게 갈라 

두 시간 반 스모킹 으로 익혔다고.

굽는 시간 이 짧아 고기가 물기 가 많고  겉은 바삭 하게 잘 구워졌다.

 

아들 이 터어키 를 도마 위 에 옮겨 놓고

누가 카빙 할 지 물었다.

전통적 으로 대개 집안 의 가장 이 터어키 를 잘라 담아 놓는데

아마도 아버지 에게 양보하려 말 해 본 것 같다.

남편 이 못 들은 척  당연히 아들 이 하라고

자리 를 옮겼다.

 

 

며느리 가 구운 블러드 오렌지 파이

 

 

이제 새해 가 되면 벌써 여덟살 되는 손녀가 석류 알 들 로 데코 를 했다.

 

할아버지 랑 손녀 가 상 을 차리고.

 

 

크랜베리 소스, 스터핑, 볶은 그린 빈, 감자 으깬 것, 멕시칸 볶음 밥, 샐러드, 김치 ...

 

식사 를 하기 전 아들 이 

각 자 오늘 감사하는 것 들 을 나눠보자고 한다.

손녀는 대뜸

축구 를 하는 게 감사하다고.

아들 은 

부모님 이 가까이 이사 온 것 그리고 맛 있는 음식 에 감사하다고.

나 는 

가족 이 감사하고  따스한 햇볕이 감사하다고.

남편 은

여기 이 자리 에 있는 것 이 감사하다고.

며느리 는

오늘 과 건강함 이 감사하다고.

 

앉은 자리 대로 돌아가며 말했다.

 

 

다음 달 이면 두 살 이 되는

간 밤 에 잠 을  설친 손주 가

낮잠 에서 깨어나지 못 하는 사이 

맛 있게 땡스기빙 디너 를 먹었다.

 

정말 맛 있었다.

설겆이는 언제나 처럼 남편 이 도맡아 하고.

어둡기 전 

서둘러 언덕 넘어

'가까이'  에 있는 집 으로 돌아 왔다.

 

 

죤 덴버-Sunshine on my shoulder makes me happy

 

이천 이십사년 십일월 밀

땡스기빙데이 디너 를 아들 집 에서 먹은

북가주로 이사 온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