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들, 강, 바다

연기 속 에서-미주대륙 서북부의 산불

교포아줌마 2022. 9. 29. 01:44

 

라벤다를 자르고 여름을 마무리 하고 나니 

포도가 익을 때 까지 갑자기 할 일이 없다.

 

소일 거리는 하루를 당당하게 살게 하는데

 

일이 없어지면 문득 길을 잃는다.

 

 

일벌레들 아니랄까봐.

 

 

 

 

이럴 때  우린 길을 떠나곤 한다.

 

 

 

 

꼭 가야 할 곳도 가 보고 싶은 곳도 딱이 없이

 

오년 전 가려다가 몬타나에서 산불로 길이 막혀 못가고

 

이년 전 또 가려다가 차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캐나다 국경을 바로 앞에 두고 도중에 돌아왔던

 

몬타나 주 글레이셔 내셔널 파크와 붙어있는

캐나다의 워터톤(Waterton)을 향해 길을 나섰다.

 

 

오레곤주와 와싱톤주의 동부에서 일어나는 불로 

집에서 부터 매개한 연기 속을 달리는데

아이다호 주의 호반의 도시 쾨달린(Coeur D'Arlene) 에 도착하니

재 까지 풀풀 날리네.

 

연기 속을 달린다기 보다

연기를 몰고 가는 것 처럼 느낄 정도로

갈 수록 심해 졌다.

 

 

첫날 엔

좀 무리해서 여덟시간을 달려 

몬타나 주의 커다란 호수 플랫해드 레이크 ( Flathead Lake) 에서 저녁을 맞는다.

 

 

길기도 한 솔잎과 무늬가 멋진 붉은 껍질의  소나무가 파아란 호수 물빛을 배경으로 선연하더니

 연기 속에서 기억마저 부옇게 한다.

 

 

호수는 연기 속에 모호 하다.

 

*  *  *

 

 

 

아침 해도 연기 속에 벌겋게 떠 올랐다.

 

 

 

 

 

 

 

 

탁한 공기 속

너른 몬타나의 들을 달려 글레이셔 내셔널 파크로 향한다.

 

해로 향하는 길 (Going to the sun road)

몬타나 글레이셔 내셔널 파크의 절경인 좁은 산 길

절벽에 난 도로

 

예년이라면 노동절 휴가가 끝나는 구월 초순이면

대강 인적이 끊겨 한적한데

이 연기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인파가 놀랍다.

 

코비드 판데믹은

집에 갇힌 사람들을 너도 나도 자동차 여행으로

자연 속의 산과 들로 나가게 했다.

 

 

가는 곳 마다 인파가 넘쳐난다.

 

 

 

 

 

산행 중에서 인상에 남는 트레일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몬타나 글레이셔 내셔널 파크의

하이라인 트레일을 꼽는다.

 

 

 

 

 

 

안개가 자욱한 날 아침

안개 속에 언뜻언뜻 그 자태를 장엄하게 드러내던 

그 거대한 봉우리들.....

 

 

밥 딜런의 미스터 탬버린 맨이 절로 흥얼거려지며

부웅 뜬 마음으로 신비로움에 사로 잡힌 채로 걸은 산행 이었다.

 

 

 

 

 

같은 봉우리들이

매캐하고 부우연 공기 속에서 빛을 잃고

흐리멍텅하게 있었다.

 

 

* * *

 

 

 

한시 라도 빨리 국경을 넘어 캐나다의 워터톤(Waterton) 으로 가자

 

'물의  마을' 이라는 이름에 

혹시라도 연기가 물에 씻겼을지도 몰라

 

 

 

 

 

워터톤 레이크 (Waterton Lake) 캠프장에 도착하니

연기는 더 심하다.

 

알버르타 주 서쪽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산불로 그렇단다.

 

하하하

 

우리가 몰고 온 오레곤주, 와싱톤주의 산불 연기 도 합세한 걸 모르고.

 

연기에 국경이, 주 경계가 있나. ^--------------^

 

 

바야흐로 아메리카 대륙 서북부에 산불이

마구 타고 있는 중이네.

 

연중 행사 처럼.

 

 

 

 

 

 

 

 

 

 

아침이 되어도 목이 칼칼할 정도로 매캐한  연기가 여전하다.

 

 

 

 

 

바로 이 장소 에서

 

 멋 지게 폼 잡고 사진 찍은 느티나무 님 한테 전화.

 

'어쩌지요. 안타깝군요. 혹시 내일 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역시 씩씩한 기상으로 응원하신다.

 

 

하루 더 기다려 보기로.

 

 

여기 저기 정말 많기도 한 워터톤 여러 호수들을

연기 속에서 흐릿하게 보고 다녔다.

 

 

 

-오년 전 난 산불로 탄 숲, 새로 난 풀 숲 사이에 작은 나무 들이 새로 싹 터 자라고 있다-

 

 

 

 

 

-워터톤의 카메론 레이크, 앞에 보이는 빙하가 조금 남아있는 봉우리들은  미국 영토 이다.-

 

 

 

다음 날 아침

 

짐을 싸고 떠나려다가

 

느티나무님이 걸으셨다는

호숫가 캠프장에서 시작하는

Bertha Lake trail을 걷기로.

 

 

 

 

 

 

-Bertha Lake, 조금 높아서인지 연기가 덜 하다.-

 

 

트레일은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날은 더웠다.

 

내려오니  연기가 조금은 덜 하네.

 

 

집으로 가려던 생각을 바꾸어

밴푸 국립공원의 남쪽에 있는

도로포장이 안 되어 있고 그래서  인적이 드문

 

알버르타 주 주립공원인 카카나스키 (Kananaski Provincial Park)로 가기로

 

 

 

 

-워터톤 레이크 에서-

 

 

 

 

Beach boys-Kokomo 

 

 

"이 세상 아무 데나 밖에  어디  갈 곳이 없어, 별 아래 계속 떠 돈다."

-잭 케루왁- 길 위 에서 (On the road)의 저자

 

“There was nowhere to go but everywhere, so just keep on rolling under the stars.” 
 Jack Kerou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