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들, 강, 바다

올림픽반도 엘와 리버 (Elwha River ) 1- 머리칼 얼음

교포아줌마 2022. 2. 7. 01:25

 

일월 말

동쪽  캐스캐이드 산들은

눈에  길들이 막혀 있다.

걸으려면

배 타고 올림픽 페닌슐러로 건너 간다.

 

높은 산들은 눈을 하얗게 이고 있어

낮은 곳

호수 가를 돌거나

강 가를 따라 난 길을 거슬러 계곡을 오른다.

 

 

 

 

회색 구름 낀 하늘 아래 

피어 오른 파란 안개 층에

아침이 더 춥게 느껴진다

 

귀가 시리네.

 

앗!

헤어 아이스 가 있네.

지난 해 겨울 끄트머리

우리 동네 숲에서 처음 본 이후 두번 째다.

 

 

북반구 위도 45도-55도 사이

오레곤 북부에서 캐나다에 이르는 

낙엽지는 나무 숲 속

썩어가는  나무 가지에

얼음이 얼락말락하는 온도에서 잠시 돋아 나는

신비한 얼음결정체

노인의 성성한 백발 같기도 하고

털 같기도 하고 ( Ice wool)

흰 서리 덮인 수염 같기도 한  (bearded ice).

 

 

 

 

 

 

 

온도가 조금 만 올라가도

곧 스러져 이슬이 되는데....

뜻 밖에 또 만난 반가움에

추위를 잊는다.

 

산 봉우리가 안 보이니

땅을 보며 걷다 얻은 만남이다.

 

 

 

 

줄창  비 내리는 한 겨울

강물은 불어 너른 폭으로 흐르고

끊이지 않는 요란한 물소리에 귀를 맡기면 

주위가

고.요.해진다.

 

 

엘와 리버 (Elwha River)

이곳 네이티브 어메리칸들의 언어로

엘와는 덩치가 커다란 사슴 종류 를 가리킨다고. 

 

차 통행이 막힌

포장 된 도로를 따라 일 마일 쯤 걷다 보면

문득

앞에 길이 끊겨 있다.

 

끊어진 도로 이 쪽 끝과 저 쪽 끝 사이로

엘와 리버는 끊임없이 흐른다.

 

 

 

-2 편에 계속-

 

 

 

David and Steve Gordon,  4방을 향한 기도

 

 

이천이십이년 일월 말

교아

 

  • 발마2022.02.07 03:15 신고

    여인의 변신이 무죄이듯
    얼음의 변장도 예술이닷. ㅎ~

    후속편 조속 개봉 걸 기대!!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07 23:43

      라면의 변신이 무죄라는 말은 참 맛있게 들었는데요.
      여인의 변신이 무죄라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변모 가 아니라 변신이라시니 좀 안심은 합니다만.^^

      얼음의 변장이라기 보다 변신이 맞을 것 같은데요.

  • 오공2022.02.07 23:07 신고

    옛날 논두렁을 걸어다니다 보면 
    비슷하지 않지만 수증기가 얼어서 생긴 현상처럼
    수증기가 순간 얼어 생긴 모습인듯 보이네요.
    신기합니다.
    꼭 제 머리칼 색깔보다 더 햐얐네요.
    2편이 기대됩니다.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07 23:48

      논두렁의 서릿발 들하고는 다르고요.
      나무가지에 수증기가 얼어 코팅이 되는 한국의 상고대 와도 다르다고 해요.

      썩은 나무가지에 서식하는 어떤 미생물이 있는 곳에만, 그리고 북위 45-55 도 사이에만 존재한다고 하는군요.

      어떤 것은 털 모양의 길이가 5센치 되는 것도 있어요.

      참 신기합니다.
      처음 발견한 후론 영하의 숲에 가면 열심히 찾고 다니지요.^^

  • 앤드류 엄마2022.02.14 21:11 신고

    헤어 아이스, 정말 신기하네요.
    보기 귀한거라 만나면 반갑겠군요.
    덕분에 에어 아이스란 낯선 이름을 만났네요.
    엘와 리버를 두고 끊긴 도로는 다리라도 놓아주어야지 
    설마 저렇게 방치하는것은 아니겠죠?

    답글
    • 교포아줌마2022.02.18 14:41

      경란님 사시는 시카고 지역은 위도가 
      헤어 아이스가 생기는 곳이 아니군요.

      끊긴 도로는 그대로 둡니다.
      대신 강물 줄기 옆의 숲으로 걷는 길이 나 있어서
      물소릴 들으며 올라갈 수 있어요.

      댐과 그 위의 커다란 호수로 오르던 일체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등산객들에겐 호젓한 산행이 되었어요.

      끊어진 길 끝에서

      강물은 힘차게도 흘러내리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