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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간 릿지 (Ptarmigan Ridge ) 마운튼 베이커 트레일

교포아줌마 2020. 9. 24. 16:51

 

 

타미간 릿지 트레일

아티스트 포인트 파킹장에서 출발

왕복 9 마일

오르는 높이가 1350 피트 

경사는 가파르지 않고 대충 완만한 코스다.

 

베이커 빙하  바로 밑 까지 가서

고트 레이크스 (Goat Lakes) 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을

반환점으로 정했다.

 

몇 년 전

칠월 말에 한 번 시도하다

흰 눈 밭에 너무 눈이 부시고

눈이 깊어 중간에서 돌아 섰었다.

 

눈이 제일 많이 녹은  구월 말

마침 높은 구름이 끼어

해가 가려 눈 부시지도,  뜨겁지도 않고

무엇보다 눈이 없으니 다리에 부담이 덜 가겠다.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자고

아침 일찍 떠났다.

혹시나 눈이 녹지 않은 곳이 있을까 해서

워킹 스틱도 지니고.

돌아오는 길 

좁은 길에서 마주 칠 인파에 대비해

마스크도 지참 하고.

 

 

 

 

타미간  (ptarmigan)

산에 사는 꿩 같이도 닭 같이도 생긴 새

우리 말로 산닭, 멧닭이라 할까.

아마도 한 때 이 능선에 많이 서식했나 보다.

 

가는 도중 혹시 한 두 마리 만날까 열심히 살폈는데

한 마리도 못 봤다.

 

멧닭들이 서식하려면 숲이 있어서 보호해야 하는데

하늘 아래 그대로 오픈된 트레일이다.

 

 

날카로운 부리의 매 들이랑

덩치 큰 갈가마귀들이 아침거리를 찾아 

높게 낮게 열심히도 날아다니던 걸.

 

 

 

마운튼 슉산을 등지고 서쪽으로 베이커를 향해 가는 길.

사태 난 비탈길을 가로 질러 가는 데

페이퍼 화이트(paper white) 들이

하얗게 무리지어 피어있네.

 

 

 

그 짧은 여름 동안

부지런히 살아서 어느 새 씨를 맺는 풀들.

내년을 위해 노랗게 땅으로 기울어진다.

 

 

 

릿지에 올라서니 노쓰 캐이캐이드

산들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대부분의 트레일이 

돌 사태 난 사이로 크고 작은 돌위를 걷는 좁은 길이어서 

발바닥과 무릅에 부담이 좀 간다.

 

주중이라 가끔씩 띠엄띠엄 만나는 등산객들은

한결 같이 마스크를 하고 서로 옆으로 비켜 주며

소셜 디스턴싱을 한다.

 

마스크를 안 쓴 등산객은 한 사람도 못 만났다.

 

 

 

발을 쉬느라

길 가 돌무더기에 무심히 돌 하나 얹고.

 

허술하게 돌이 놓인 곳엔

작은 돌 들을 받쳐 탑을 다지고.

 

무슨 바램들을 이렇게 쌓아 올렸을까

 

벌판에서 갑자기 눈이 쌓여 길을 덮을 때는 

이 돌탑들로 길을 찾기도 하지.

 

언제나 사람 다니는

길 가에 쌓이기에.

 

 

 

멀리서만 보던 검고 뾰죽한 봉우리

콜만 피나클 (coleman pinnacle) 밑 돌 사태난 등성이를 가로 질러 

1. 5 마일 정도 더 가니

 

베이커 빙하 밑에  다다른다.

 

 

여기서 왼쪽으로 산 밑을 끼고 일 이 마일 더 가면

경관이 대단하다고.

석양은 더  기가 막히다고.

 

여기 까지만 오기로 했으니

쉽게  돌아선다.

 

바람이 갑자기 거세게 분다.

고트 레이크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머무는데  귀가 시려울 정도다.

 

남쪽으로 노쓰 캐스캐이드 산 봉우리들이 보이고

제일 높은 봉우리가 글레이셔 피크 다.

 

높은 산인데 가는 접근하는 길이 없어서

사람들 발길이 뜸한 산이다.

 

 

 

다시 모퉁이를 돌아 바람이 덜 한 골짜구니에 자리 잡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다.

 

돌아오는 길

더러는

붉은 잎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낮은 블루베리 숲들 사이로 난 길. 

 

 

두 주일 정도 더 있으면

온 등성이가 빨갛게 물들겠다.

 

늘푸른 침엽수림 천지의 북미주에도

 산 기슭을 붉게 물들이는 블루베리들이 있다.

 

한창 달콤하게 익는 열매를 먹고 긴 겨울을 준비하느라

산 새들,

크고 작은 산 짐승들 새까만 똥이

군데 군데 들에 널렸네.

 

 

 

작고 달콤한 블루베리 몇 알 씩 따서

서로 건네주고

한 두 알씩 따

우리 강아지 입에도 넣어 주며

쉬엄쉬엄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한 길을

돌아 왔네

 

 

서늘한 날씨 까지 받쳐 준

상쾌한 한 나절 산행이었네.

 

 

송창식작 서정주시 푸르른 날

 

이천이십년 구월 하순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