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남편이 해 준 밥을 먹다.

교포아줌마 2020. 8. 16. 13:37

 

 

-남편이 끓인 김치 순두부, 순두부가 없어 찌개용 두부 사용, 위의 달걀말이는 밑반찬용을 활용-

 

 

더운 날

남편이 어제에 이어

오늘 또 저녁밥을 한단다.

정말?!!

그럼!! 

어제  남은 순두부 찌개 또 먹지 뭐.

 

어제

밥 맛도 없고 밥 하기도 싫다고 하니

내가 순두부 할까 하더니

망치 부인 순두부 유투브 동영상을 잠깐 본다.

쉽네!

절대 참견하지 말라며

혼자서 도깨비 처럼

뚝딱 뚝딱  순두부를 끓여냈다.

와 맛있네!

그런데 당신 웬일로 !!

심심해서 이제 부터 나도 음식  좀 해 볼라구.

나 라고 못 할 것 없지 뭐.

 

라면 밖에 못 끓이는 실력으로

허구한 날

밥 때 만 되면 나만 쳐다 보더니.

 

코비드 사태로 식당에도 전혀 안 가니

매일 먹는 그 나물에 그 국밥에 지쳤는가.

 

 버섯이랑 김치를 더 넣어

다시 끓인 순두부 찌개 백반을  이틀째 

앉아서 받아 먹다보니

편하다기 보다

영 찜찜하고 어색하다.

 내 음식이 맛이 없어지는가

어떤 친구네

와이프가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지고 

음식을 해내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남편이 본격적으로 부엌에 들어섰다는 이야길 들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결혼하고 시집 살 때 부터

남편이 시어머니 눈치 보면서도 설겆이는 꼭 거들어 주었다.

미국에 와서 밥은 못해도

설겆이는 꼭 남편이 했다.

남편은 설겆이를 혀를 내두르게 잘 한다.

그런데 밥 까지 하겠다니.

클랐다.

평생 철밥통 직장인 줄 알았는데.

나 이러다 실업자 되는 거 아냐?!

보통 위기감이 드는 게 아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나???

* * *

몇 년 전 부터 먼 길 운전에 

꼭 나도 함께 운전을 나눠 하자며

시간을 조금씩 늘이더니 

이젠 둘 이서 번갈아 바꿔가며

장거리 여행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점점 고착되어 가는 마누라 손 맛에 구차하게 의존하느니

더 늦기 전에

요리도 배우고

마누라도 밥 해 주자.

 언젠가  한 사람이 먼저 갈 경우를 대비해서도.

 

그거겠다.

플래너인 남편의

속이 불 보듯 빤 해진다.

 

어쩔수 없이 하루하루 쇠퇴되어 가는 두 사람의 남은 기능을

서로 합하고 보완해서

활기차게 사는 날들을 조금이라도 늘이려고.

구태여 내 일 네 일 따질 것 없이.

 

아니면 무슨 다른 속이 있을까??

 

변화는 언제나 처음에 좀 불안하다.

 

 

 

Mraz, Have it all

 

이천이십년 팔월 십오일

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