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변이야기

다 같은 라벤다가 아니다

교포아줌마 2020. 7. 9. 14:42

 

뜰이 한참 보라로 물들기 시작한다.

유월 말

키가 작은 잉글리시 라벤다 종류들이 피어나기 시작해서

칠월 중순이면

뜰의  라벤다들은 대강 다 핀다.

 

올해는 유월 내내 비가 오다시피 해서

해가 모자라니 좀 더디 피는 듯 싶다.

오늘 칠월 팔일 

오랜 만에

마음 먹고 라벤다 인물들 하나 하나 본다.

 

 

가장 먼저 피어나는 폴게이트 (folgate)

*요리용 라벤다로 많이 쓰이고 인기가 높다.

 

 

 

 

질세라 곧 따라 피어나는 터커스 어얼리 퍼플 (Tucker"s Early Purple)

* 잠이 잘오게 하는 베개용으로 많이 쓴다.

잉글리시 종류지만 요리용으론 안 쓴다.

 

 

 

 

히드콧 퍼플, 히드콧 핑크 (hidcote purple , hidcote pink)

*역시 잉글리시 종류로 꽃송이가 크고 향기가 달아

요리용 으로 인기가 높다.

 

 

 

히드콧 핑크 Hidcote Pink

 

 

로돈 블루 (Loddon Blue) 

*잉글리시 라벤다 종류로 진한 보랏빛을 띤다.

히드콧 처럼 요리용으로 쓰인다.

 

 

 

멀리싸 라일락 Melissa Lilac

* 단 냄새가 강하고

하늘하늘 가는 꽃대와 핑크 꽃으로 오래 동안 핀다. 

 

 

 

로열 벨벹 (Royal Velvet)

* 잉글리시 바라이어티로 꽃봉오리가 벨벹 같은

보라색 솜털이 덮였다.

고운 낟알로 베이킹에 인기가 높다.

 

 

 

 

 

덧치 화이트 Dutch White

* 하얀색 으로

색을 갖추느라 심었는데 향이 거의 없다.

 

 

어떤 사람은 레몬 냄새를 맡기도 한다는데.

누가 같은 꽃에서 어떤 냄새를 맡는지는 알 수 없다.

같은 케미칼을 뇌에서 어떻게 받는지는 

개인 마다 다 다르다고.

 

'이 라벤다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어떤 라벤다 향을 제일 좋아하는지 '

 

많이 묻는 질문에 언제나

 

'직접 맡아보고 스스로 느껴 보라'

권 한다.

어디 냄새 뿐이랴

맛도, 듣는 것도,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다 자신의 반영인 것을....

 

 

 

히드콧 자이언트 (Hidcote giant)

* 히드콧의 변종으로 꽃봉우리가 크고 꽃대가 길어

키가 크다.

요리용으로 쓸 수 없고

꽃이 커서 말린 꽃 장식으로 많이 쓴다.

 

 

로얄 퍼플 (royal purple)

* 로돈 블루와 로얄 벨벹의 중간 쯤 되는 모습이다.

 

 

프로방스 (Provence)

*불란서 라벤다로 라벤다 하면 흔히들 프로방스를 떠올릴 정도로

라벤다의 대명사로 통한다.

꽃이 크고 향이 달다.

 

 

수퍼 (super)

* 이름에 맞게 꽃송이가 길어 꽃이 많고

키가 아주 크고 향도 강하다.

 

그로쏘 (grosso)

*이탤리언 라벤더로 향이 아주 진하고 

꽃이 많은 꽃봉오리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다.

 

라벤더 오일을 짜낸다.

 향이 아주 강 하고

요리용으론 절대로 쓰면 안된다.

 

 

 

앞에 프로방스와 뒤에 씨일 (seal)

씨일은 키가 커서 울타리용으로 쓰인다.

은은한 향기와 유연한 줄기로 라벤다 바구니등 

라벤다 수공에 많이 쓰인다.

 

몇 가지가 더 있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었네.

 

라벤더는

크게 45종류로 나뉘고 

거기서 나온 450 바라이어티가 있다고.

다른 바라이어티들 간에 계속 섞여서 (crossbreed) 

그 다양함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라벤더는 벼, 보리, 밀 처럼 풍매를 하기에 벌이 필요 없는데

꿀 벌이 많이 온다.

 

 

미주 서북부 토종인 셰스타 대아자는 여름동안 지천으로 핀다.

 

십오년 전 처음 심었을 땐

이쑤시개 만한 작은 모종들에 꽃 피는 게 신기해서

하나 하나 이름 부르며 살갑게 돌보았는데

이젠 

다 커버린 자식들 처럼 마음 놓여서

데면데면 하네.

 

올해는 코비드로 

친구들도 못 오고

동네 이웃들이 더러더러 오더라도 멀리서 

손짓으로 인사만 한다.

오늘은 캐런이 북극에서 자연생태연구를 한다는

젊은 조카 딸이랑 함께 마스크를 턱에 걸고 왔다.

턱스크 ^--------^

 

작년 봄에 스트로크를 받은 캐런이

열심히 떼라피 받고 운동해서 

말도 다 정상으로 돌아오고

지팡이도 던져 버렸네.

 

우리 밭에 처음 왔던 때 새삼 기억 난다.

우리 섬을 와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활발하고 의욕적으로

포부를 펴던 모습.

(캐런 이랑 남편 잭은 

지난 십오년 동안 소기의 목표를 달성 해서

이젠 제법 좋은  와인을 만든다.)

 

우리랑 비슷한 때

섬으로 은퇴한 후

잭은 무릅, 힢 모두 쇠를 집어 넣는 수술을 했고

캐런은 사과 따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힢을 부러뜨려

수술 후 육개월 꼬딱 누워 있은 적도 있다.

소 처럼 일을 해대는

노동을 즐기는 친구들이다.

그런데 

캐런도, 잭도, 나도, 남편도

해 아래 많이 바랬네.

 

메밀꽃이 라벤다랑 함께 피고 있다.

 

 

라벤다도 흐르고

우리도 흐르고.

 

많이 흘러 온 걸

서로의 흐른 모습을  보고 알겠네.

 

 

이웃집이 보이는 풍경

 

이천이십년 칠월 팔일

오랜만에 라벤다 종류대로 사진을 찍어 보다.

 

교포아줌마

 

 

Yoyo Ma, E Morricone Gabriel's Oboe

* 포스팅을 다듬는 중에,  고교 동창 절친 C 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텍스트를 받는다.

  오년을 어머니 곁에서 동무하며 밤낮 으로 돌 본 친구. 조용히 위로 하며 음악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