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변이야기

2020년 봄이기엔 아직 이른데

교포아줌마 2020. 3. 9. 18:08



초목을 기르다 보니

언제 부턴가

봄이 되어야 

또 한 해가 시작되는구나 한다.


들어서나 나서나

뒤숭숭한 마음에 호미가 잡히지 않기에


십년 이상 써서

 닳고 낡은 호미 탓으로 돌리고.


아마존 닷 컴에서 한국의 명인이 만들었다는

호미를 주문했다.



헌 것과 새 것을 비교하니

녹슬지 않은 새파란 쇠에 

산뜻한 새 나무 손잡이에

손에 익은 헌 호미에 우선 손이 간다.


캐고, 파고, 가르고, 깨고, 부수고, 긁고, 훑고, 끊고, 흩고, 다지고, 다독이고....




미국 온 후 

숱하게 전세계의 이런저런 농 기구들을 샀지만

호미 만큼 혼자서 그 많은 일을 잘 해내는 농구는 없다.



친구들이랑 이웃에 한국 호미를 자랑하느라

십오년전 열자루 샀던 것 중

겨우 한 자루만 남았네.










아마존 닷 컴에서 

또 다른 한국 상품으로 최근에 산

한국산 쪼그리 의자가 있다.










이십대에 미국에 와서

쪼그려 앉는 자세가 잘 안되는데

이 방석 같은 의자는

무릅을 땅에 꿇지 않아도 

필요하면 펄썩 앉아

호미질을 할 수 있어 참 편하다.



*   *   *








벌써 몇 주 전 쯤 부터

피기 시작한 수선화, 샤론의 장미, 히야신스, ....


얘네 들이 소리 없이 피어나면 

봄이 오는구나

 계절을 감지하는데



와! 

기쁨으로 봄을 실감하는 건

대문 입구에 심은

노란 개나리가 피면서 부터다.








그리고 

산등성이를, 들을

붉게 덮던 진달래


내 삶의 처음 스무 몇 해 맞던

고향의 봄을

되돌리기에 젊은날 가슴 처럼 설레이며 다가온다.



손 세정제를 사러 동네 가게에 갔다가

선반이 텅 비어서 하릴 없이 옆 가게에 가니

한국산 진달래가 나왔네.



고향의 봄을

 또 한 무더기 집으로 데리고 왔다.










올해는 

청매가 제법 꽃을 많이 피운다.


한국에서 젊은 날

매화는 보았지만

매화향에 빠져 본 기억이 없다.


한 송이만 피어도

가까이 가면

코 끝에 은은하게, 스며드는 향을 

어찌 다르게 표현할 수 가 없어


그냥

차암 좋.다.

한다.













작년엔 좁쌀알 만한 매실이 달렸다가

눈에 안 보이는 진드기 들에 다 떨어지고 말았다.

시애틀 지역의 봄이 춥고 습해서 그런다.



올해는 매실 장아찌 같이 담그자고

약속한 이웃이 둘이나 있어


열심히 미네랄 오일을 뿌리고 있다.







아직 삼월 초순


본격적으로 봄이 오려면


성긴 눈 발 몇 차례 날릴 걸 알지만


어수선한 마음에 서성거리며


괜한 땅을 여기저기 깨우면서


앞 당겨 

봄을 준비해 본다.


그렇게 

화사하게 피어날 봄꽃 들을.





이천이십년 삼월 구일 















River flows in You, Yiru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