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산타 할머니들의 기쁨

교포아줌마 2018. 12. 21. 14:23



엘리 한테서 연락이 왔다.
손녀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라 놓았으니 와서 고르라고.

엘리는 
Thrift Store 에서 발렌티어 하며 사귄 오랜 친구다.

일주일에 이틀 
하루 여덟시간 동안
발렌티어를 하는.

정기적으로 할 일이 있어
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어느 날 
문득
못 나올지 모른다며
매 순간을 아끼며 열심히 일하는 엘리.

성근 은발을 곱슬곱슬 파마 하고
입술도 붉게 곱게 화장을 하고.

'
엘리가 무거운 것을 못 드니
요즘엔 작은 선물 아이템들에 가격을 매기고 
전시하는 일을 한다.

몇년 전 까진 부엌 용기를 다루었다.
쇠로 된 후라이팬들도 번쩍번쩍 들 때가 있었는데.

왔네!
활짝 웃으며 언제나 처럼
내 뺨에 키쓰를 해주는 엘리.

'손녀가 좋아할 걸로 골라봤어.'

며느리가 쥬이시랬지?
종교적인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은 뺐어.

찡긋 윙크를 한다.

지난 번에
이젠 내 나이 가까운 며느리를 둘이나 둔 엘리랑 
며느리한테 선물 할 때는
딸이랑 달리 
며느리한테 맞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했었다.




이 눈사람 귀엽지?

엘리가 고른 크리스마스 장식품들.






크리스마스에 진저 브래드맨이 빠지면 안되지 그지?

그럼!!







튕클튕클 리틀 스타도 있어야지.
이건 트리 꼭대기에 달아도 되겠어'

당연하지. 손녀가 튕클튕클 리을스따 하고
얼마나 노래도 잘 부르는데.

폰으로 손녀 노래 부르는 동영상도 나눠보고
웃고 또 웃고.






여든 여덟살 엘리가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속에 나왔음직한
캐릭커들로 보이는
구닥다리 크리스마스 장식도 골라 놓았네.


참 구엽네!!
얘네들도 보내자!

엘리가 뛸듯이 기뻐한다.








아들 어릴 적 읽어주던

크리스마스 동화책도 마침 있네!



아들 두살 때 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자르러 농장에 가곤 했다.


아이들이 만든 반짝이는 장식들을 전나무 냄새 물씬 나는

작은 트리에 걸곤 했는데.


산타클로스를 믿고 

크리스마스 아침을 기다리던 

어린 아들이

이젠 아빠가 되었네.^^



포장이 안 뜯어진 

구여운 태디베어가 있어서

그것도 하나 고르고.



엘리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집에 가서 이 곰은 스웨타를 하나 짜 입혀야겠어.


좋은 생각이네


꼬맹이가 옷 입히고 벗기는 연습하게.


맞아!!


엘리가 화안하게 웃는다.


우리 손녀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라 준 기쁨에.


한아름 사들고 나서는 내 볼에

또 키쓰를 하고

립스틱 자국을 지워준다.


Love you.^^*


Love you too.^^*



집에 와서

작은 곰 스웨타를 짜고

단추를 두개 달았다.


큰 단추

작은 단추


단추 구멍 내는 법을 잊어서

한참 헤맸다.


하얀 단추

빨간 단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가곰 옷 입히고

단추를 꿸 손녀가

눈에 어른 거린다.






며느리가 패키지를 받았다고.


눈사람이 아주 귀엽다고

손녀가 참 좋아한다고.



그리고 

스웨타 입은 테디베어를 껴안고 

손녀가 잠자리에 들었다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느냐고 물으니

커다란 화분의 식물에 동동 매달았다고.


그랬구나

며느리식으로 하는 거지.

손녀는 며느리 딸이고.


*  *  *


장난감이 넘치는 세상.


손녀도 기쁘고

엘리도 함께 기쁘게 고른 선물이 되었네.


인터넷판에

산타가 꼭 남성이어야 하는가 를 묻는

기사도 있네.



Merry Christmas 라는 축하 보다

Happy Holidays 가

이 세상 다른 종교를 가진

모든 이를 배려하는 인삿말이 된 세상.



변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네



선물을 받는 어린이의 기쁨과

그리고 선물을 보내는 사람의 기쁨.



손녀 덕분에 

엘리랑 함께 산타할머니가 되어서.^^



이천십팔년 십이월

크리스마스 닷새 남기고

산타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