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수설설

17번가 거리에서-시월 이십구일 저녁

교포아줌마 2017. 10. 31. 05:02


오랜만에 시애틀 캐피톨힐 17번가를 걷다.


딸이 수련기간 동안 살던 아파트가 있어

정든 거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길가의 커다란 가로수들에 

뚜렷하게 옷 바꿔 입으며 

지나가는 거리







품 넓고 

기다란 코트 하나 걸치면


단풍지어 낙엽지는 가을엔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가을로 온통 휘감아 

와락 안아주는 거리.







-딸이 살던 아파트 담장이들도 물이 들고-




더러 


몇해 동안 

눈에 넣어 둔

낯 익은 눈들과 만난다.




베어 낸 상처에 생긴 눈.... 들.



해마다 커지는 그 눈들에

감히 눈 맞추면


나무가 가까이 다가온다.


말 할것 처럼.





















내 걸음이 종종대서일까


아직 

말문을 트지 못한 것이.


언젠가는

서성이다 머물며 더 가까와지겠지.




자신의 그늘 밑을 지나간

뭇 사람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까.



비가 치적치적 내리는 늦가을엔

눈에 그렁그렁 눈물 맺으며

기쁘고

슬픈

...


그리고 

평범해서 편안한 그런


이야길 나눠줄 것 같다.




*  *  *




내일 모레로 닥아 온 할로윈밤을 위해


이젠 

초콜릿이나 사탕이 연상되는

귀여운 드라큘라, 해골, 귀신들이 등장했네



사탕을 얻는 작은 아이들의 설레이는 가슴들



자글자글 즐거운 웃음들로

채워 질 거리








흠뻑 가을에 취해 돌아오는 거리


일찍 뜬 반달이 환한데



누군가


오색등으로 초저녁을 맞는 사람은.















                                              


이천십칠년 시월 29일 

가을이 가득한

캐피톨힐 17번 가를 걸은


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