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변이야기

비 속에서 깊어가는 가을 날에

교포아줌마 2016. 11. 20. 04:37



비가 오고 또 오고


우리 동네 가을은 비로 시작해서

비속에서 깊어간다.


비가 점점 차가와지고

뼈속까지 시린 비가 되면 겨울이 온 걸 안다.




올해 절기가 빨라

큰 뿌리들을 골라 씨로 남겨 둔 

평양 육쪽 마늘들을

서둘러 심었다.




너무 많아 나눠 주기도 벅차니

백 이십 쪽만 심었다.







우편함메 필리스가

무당벌레 두마리랑 

Hi 라고 쓴 돌맹이를 세개 넣고 갔네.



서둘러 전화하니 

지난 번 포도 받은 인사가 너무 늦었다고.



에고

도깨비 처럼

그때 달걀 한 타스 준 걸 잊고 

또 답례라니!!










파머스 마켙에 나왔다며

송이 버섯을 가져 온 이웃.


아가미가 하나도 안 열은

향기로운 송이들




우리 섬 어딘가에서 난다는데

비밀이다.



틴 에이져를 셋이나 둔 부부가 가끔씩 따다가

고가로 장에 선보인다.


누구라도 

굳이 어디서 땄냐고 묻지 않는다.









둘이 먹기엔 너무 많은 듯하여

이웃이랑 또 나누었다.





바바라가 

써프라이즈!! 라며


이틀된 남자 아가 염소를 데리고 마실 왔다.







탯줄도 마른 채로 아직 안 떨어졌네.


머리엔 하얀 꽃을 단 듯하고

코 위엔 젖 묻은 듯 하얀 털이 포슬포슬한


예쁜 아가네!

















추운 날

돌아가며 품에 안다 보니 

어느새 콜콜 잠드네



쌔근쌔근  숨소리에

모두들

잠깰라 숨죽이고


포옥

아가를 보듬었네.




밖에서 차갑게 듣는

빗소리는 잊었다













이천십육년 십일월 보름 즈음



교포아줌마


chopin raindr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