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변이야기

겨울과 봄 사이

교포아줌마 2016. 2. 20. 03:05



밤 새도록 

한 들 건너 집 

소가 울었다.


아침에 좀 그쳤는가 했더니


알라스카로 가는 

안개 속 뱃고동 마냥

길게 크게

운다.



지난 봄에도 새로 난 송아지를

앗기고 난 어미소가 하나

그리도 몇날 몇밤을 울더니....



소 우는 이웃에 물어보려다 

그만 둔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소울음에 잠을 설치다

새벽 

잠시 눈을 붙이려니

딱따구리 숫놈 하나 와서

자는 방 지붕위 함석 연통을 

따따따따따

쪼아댄다.



바바라네 새로 입양한 

숫염소를

크리쓰네 염소 아가씨랑 

한나절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했더니

이 염소 아가씨

여성 호르몬이 촉진되어

무척 사랑스러워졌다.


이름이 블론디인데

올 봄엔 드디어 새끼를 배게 하겠다고들 계획한다.




그 많던 염소 엄마, 아빠, 애들 다 어디 갔어?


괜히 물었다.


그냥 남의 집에 준 걸로 생각하면 

그녀석들 모습이 눈에 안 밟힐텐데.



수의사인 크리스는

동물 식구들을 쉽게 입양하고

잘도 기르고

잘도 먹는다.


가축을 대하는 자세가  

식솔로 보는 나와는 아주 다르다.


젖을 주는지,

알을 주는지

고기를 주는지 

눈을 즐겁게 해 주는지에 따라

쓸것과 못쓸 것을 구별한다.





숫공작을 하나 사왔다고.


차 안에서

진정 시키느라

검은 양말을 머리에 씌워

눈 가리고 데려왔다.



-인물을 지우다보니 보기가 좀 이상하다-



공작 병아리들이 조금 커서 살이 오를만 하면

밤엔 부엉이가, 낮엔 독수리가 채어가니

다 큰 새들을 사다가 수를 채운다.



숫 공작들은  

차의 반짝이는 범퍼에 자신들 모습이 비쳐지면 

날개를 펴서 남성을 겨루다가

상대방이 안질세라 같이 날개를 펴면

차를 다 쪼고 긁어 놓는다.


범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인줄도 모르고.



공작 노는 것 보느라

줄줄 비오는 것 

잠깐 잊는다.





이천십육년 이월 십구일

비가 많이 오는 날에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