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아들의 결혼 -혼수 예단(1)

교포아줌마 2015. 9. 11. 21:36



며느리감과 아들이 약혼을 발표하고 난 후,


결혼할 때 도울일이 있을까 조심스레 물으니

며느리가 자신들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래도 도울일이 있으면 알려달라니까

아들이 옆에서 

도리질을 친다.

그냥 놔 둬 달라고.


알았어. 좀 머슥했다.


그 동안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가 맞구나.


신랑 부모는 아무 일도 안하다가

결혼식에 가서 아무말도 하지 말고


웃으면서 뷰티풀 원더풀 풀풀만 하고  오면 된다고.


딸은 우리 집 뒤뜰에서 결혼해서 

아이들이 하자는대로 도우면서 우리 부부가 재미를 많이 봤었다.


이번에는 며느리감네 엄마가 재미를 볼 차례다.



결혼날짜가 정해지고

뉴잉글랜드 

신부의 외할머니 집 뒤뜰에서 결혼을 한다고 전해왔다.


우리집에서 보면 대륙의 끝에서 끝으로 먼 곳이다.



날이 다가옴에 


흐뭇하기만 했던 마음이 차츰

아들 결혼식이 잘 이루어지길 

그리고 둘이 잘 살기를 바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변해 갔다.



좋은 관계를 맺는 일

그게 아이들 잘 사는 것의 원천이겠지.


*   *   *



무엇보다도 

며느리에게 부품한 고운 한복을 선물하고 싶었다.


조심스레 물으니 뛸듯이 

아주 좋아라 한다.


내가 만들까?


딸아이 때는 웨딩 드레스를 숭덩숭덩 바느질로 내가 만들어주며 참 좋았는데.

한복은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


배워서라도 해야지 하고


깨끼 바느질이란 걸 들여다보니 

아유, 멀미나는 일이네.


그래서 한복 잘한다고 소문난 집에 부탁했다.


어머님

신부 한복을 어떤 걸로 할까요.

아 우리 며느리감 연락처 드릴께요. 

그 애랑 상의해서 원하는 걸로 해주시면 좋겠어요.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사람이 제일 잘 알겠지요.


그렇게 맡기고 나니 홀가분하다.




사돈댁 사람들하고 좋게 만나는 것도

아이들 살아나가는데 도움이 되겠지.


자연스레 며느리감 엄마한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결혼 장소를 제공하는 연로하신 사돈 외할머니에게도.


딸 결혼할 때 처럼

나는 바늘을 들고 사돈댁 여인들을 위해 라벤다 베개를 만들었다.



아하!

이런 마음이 혼수의 출발이겠구나.^^



우리 아들 잘 봐주시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한땀 한땀 손으로 한국식 통베개를 만들었다.


침대 맡에

소파위에 두고 손끝에서 즐기라고.



며느리를 낳아준 그 엄마가 고마와서

그리고 그 엄마를 낳아준 그 엄마의 엄마도 고마운 마음으로.





'좋은 관계는 의지에서 부터 시작한다.

무조건 좋게 지내자.

잘 지내야 하는 사이다.

그게 아이들 결혼 생활을 돕는거다.'


라벤다로 방망이(lavender wand)를 만들면서

꽁꽁 다지고 엮은 마음이다.






























식도 없이 

법도 없이


아이들 잘 살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만든 

선물








이천십오년 구월 십일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