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변이야기

공포의 한낮

교포아줌마 2015. 7. 21. 11:08

바바라네 

염소보러 간다 간다 벼르다가 

드디어 짬을 내어 갔다.


커다란 향나무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차를 세우니


바바라네 거위 (geese)들이 우루루 몰려나온다.





너 누구얏!
우리 엄마 없는데. 꽥꽥

온몸에 털들을 있는대로 곤두세우고 덤빈다.






앉어 SIT!!


내가 익숙한 동물은 개 밖에 없으니 급한 김에 개한테 하듯 앉아!! 해본다.


거위 개취급한다고 더 화가 났는지 

더 기세등등하게 물듯이 달려들든다.


얘들아 너네 엄마 친구거든. 지난번에도 왔었쟎아!


꽥꽦소리에 맞추어 좀 더 크게 소리를 쳐서 기를 죽여보려해도 소용이 없다.


바바라, 야 바바라. 너네 거위들이 막 달려든다.


집을 향해 소리쳐도 아무 기척이 없다.




가만.

내가 무서워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는지  이 동물들이 더 난리다.


진정,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가방을 방패삼아 마구 휘두르니


갑자기 숲속으로 방향을 틀어 내게서 떨어져나간다.


깃털들은 아직도 성이 덜 풀렸는지 잔뜩 부풀리고 언덕으로 올라들 갔다.


숲속에서 민달팽이 잡아먹으러 가는지.


안심. 휴!





한번 보면 너 안 가져가고 못 배겨 

자신있게 권한 바바라가 틀리지 않았다.


암컷 둘, 수컷 한마리













브라운 부츠를 신은 아가 염소





하얀코트에 점박이 투 씨스터즈










어쩌면 이렇게 예쁜거냐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또 보고.



아얏!


갑자기 뒤 허벅지에 날카로운 통증이 온다.


돌아보니


바바라네 오골계 

검은 수탉이 비겁하게 닌자 공격을 하네.








수탉을 향해 쩌렁쩌렁 또 SIT!



 내 기세에 전혀 눌리지 않고 꼬꼬댁꼬꼬로꼬고~~

소릴 질러대니 다른 수탉들이 모여온다.


다섯마리 수탉

검은 닌자들...









웬 소동이람



닭들이랑 어떤 인간 아줌마가 서로 질세라 소릴 질러대니


아가들이 엄마등위로 올라가고 한 아가는 꽁꽁 숨었다.






깃털을 세우고 오십센티 미터 정도 마구 뛰어오르며 쪼으려 달겨든다.


안되겠다. 나도 머리털이 주빗 다 올라섰다.


후퇴.


바바라 도대체 너 어디간거니 ?

너네 애들한테 나 죽기 일보직전이야.



꽥꽥 소리지르며 차로 오니

그래도 이 검은 전사들이 계속 쫓아온다.






아뿔싸! 어느 새 언덕배기에 올라갔던 거위들까지 


다 내려와서 합세해서 총공격.


저 깃털들 세운거좀봐요.


여차하면 히치콕의 무비 '새'보다 더 공포 영화 나오기 직전.








차 안에 들어가서 창문까지 닫은 후에도

여차하면 쪼겠다고 들이대는 거위들.





그다음엔 걸음아 아니 바퀴야 나 살려로 도망나왔다.


숲속의 긴 드라이브웨이를 나오면서

'바바라, 너 없는 사이에 왔다가 하마트면 너네 애들한테 죽을 뻔 하고 간다.'


메씨지 남기고.



집에 오니 바바라가 전화온다. 히히히 웃으면서.


쓰레기 버리러 갔다 오는 길에 이웃을 만나 수다에 수다가 길어져서 그만 미안하게 되었다고.

오골계 암탉 두마리가 염소 우리 옆 닭장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고.

대개는 착한 닭들이라고.


뭐 착한 닭?

비겁한 닌자들같으니라고.


재미있다고 앞으로 자기네 수탉들을 닌자1, 닌자2... 이렇게 다섯마리 이름을 붙이겠단다.



어느 염소로 가져갈건데?


그리고 거위들도 몇마리 줄까?


얼마나 똑똑하고 집을 잘 지키는데.


노쌩큐다.


저녁에 바바라가 새로 뜬 블랙베리 꿀 들고 위로차 왔다.


내일 아프리카산 닭(Guinea fowl 병아리 스무마리가 메일로 도착한다고.

그것도 몇마리 길러볼래?^^*


시끄럽기는 어느 새의 추종도 불허하는 기니 파울.




숲에 사는 바바라가 혼자서도 씩씩하게 사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이천십오년 칠월에


교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