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들, 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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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산, 들, 강, 바다 2020. 12. 4. 15:37
이른 아침 숲은 신선하다. 달팽이들이 밤 사이 먹고 난 버섯들의 베어먹힌 자리도 싱싱한 아침. 솔잎 쌓인 푹신한 길은 부드러워 걷는 발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나무 냄새 소나무 냄새 향나무 냄새 또 다르다 어쩌다 바람이라도 세게 지나간 밤 아침엔 부러진 가지들에서 풍기는 냄새들... 거목들이 모여 있는 숲에선 걸음이 멈춰 진다. 얼마나 오래 전 부터 여기서 살고들 있었을까? 우러를수록 목이 움추러든다. 몇 번의 큰 바람을 산불을 겪고 함께 살아남았을까 다친 흔적들을 몸에 두르고 있다. 어려운 때를 함께 견디고 살아남은 이웃들로. 전나무 향나무 소나무.... 몸매도 살결도 다르지만 잘 어울려 살고 있다. 언젠가는 쿵 하고 눕는 큰 나무들 누운 몸 위로 비 오고 바람 불고... 작은 씨앗들이 싹 터 어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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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간 릿지 (Ptarmigan Ridge ) 마운튼 베이커 트레일산, 들, 강, 바다 2020. 9. 24. 16:51
타미간 릿지 트레일 아티스트 포인트 파킹장에서 출발 왕복 9 마일 오르는 높이가 1350 피트 경사는 가파르지 않고 대충 완만한 코스다. 베이커 빙하 바로 밑 까지 가서 고트 레이크스 (Goat Lakes) 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을 반환점으로 정했다. 몇 년 전 칠월 말에 한 번 시도하다 흰 눈 밭에 너무 눈이 부시고 눈이 깊어 중간에서 돌아 섰었다. 눈이 제일 많이 녹은 구월 말 마침 높은 구름이 끼어 해가 가려 눈 부시지도, 뜨겁지도 않고 무엇보다 눈이 없으니 다리에 부담이 덜 가겠다.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자고 아침 일찍 떠났다. 혹시나 눈이 녹지 않은 곳이 있을까 해서 워킹 스틱도 지니고. 돌아오는 길 좁은 길에서 마주 칠 인파에 대비해 마스크도 지참 하고. 타미간 (ptarmigan) 산에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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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포인트(-마운튼 베이커 마운튼 셕산 (Mt. Baker, Mt. Shuksan)산, 들, 강, 바다 2020. 9. 23. 15:49
아티스트 포인트 (Artist Point)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곳. 와싱톤 주 하이웨이 SR 542 도로의 끝. 차로 오를 수 있는 높은 곳의 파킹장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 * * * 산불 연기가 걷히고 며칠 날씨가 맑겠다는 일기 예보다. 곧 눈이 와서 산길이 막히겠지. 시월 부터 유월 까지는 대강 눈으로 덮혀 있는 곳. 벌써 구월이 다 가네. 산이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서둘러 아티스트 포인트로 향했다. 해발 5,200 피트 위에 있는 넓직한 터.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로 들어오는 산, 산, 산, 산들.... 북쪽으로 케나다와 미국의 경계에 자리 잡은 보더 픽스 (Border Peaks) 가 보이고 동쪽으로 마운튼 슉산 (Mt. Shuksan) 남쪽으로 노쓰 캐스캐이드 봉우리들 그리고 서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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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투스 호수 (Sawtooth Lake)-아이다호주 내셔널 포레스트(2)산, 들, 강, 바다 2020. 9. 10. 01:47
아이다호주의 써투스 내셔널 포레스트 국립공원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고지대에 있고 수량이 적어 나무숲은 성글고 준 사막지대에 속하지만 강,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난 꼬불꼬불한 길 퐁퐁 솟아나는 샘물이 합류한 물줄기들. 돌가루 바닥이라 진흙이 없어 맑디 맑은 물 들. 더러는 더운 물이 솟아나오는 곳 밑에 돌을 쌓아 작은 탕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네. 이게 웬 온천이람 발 담그고 뜨거운 물에 바지 걷고 발을 담그다. 그 날 저녁 캠프 사이트에서 끙끙 앓아 누웠었다. 아무리 노천 온천을 발견한 기쁨에서였다지만 그 더운 날에... 시설이 안 된 노천 온천은 언제라도 일부러 피해왔는데 그만 그 맑은 물에 홀려서... 머무르는 동안 날이 무척 더웠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 산불로 이틀 동안은 부우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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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Sawtooth national forest ) 산의 정경- 아이다호주산, 들, 강, 바다 2020. 9. 2. 00:57
어디 사람 안 가는 산 없을까 코비드 사태에 온통 사람으로 덮히는 산길에 남편이 찾아 낸 아이다호주에 있는 sawtooth national forest 국립 공원이 아니니 우리 강아지도 갈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닮았다. 헐벗은 산들 내리쬐는 해 아래 눈을 크게 뜰 수 없이 파스텔 칼라로 흐리게 보이는 산, 들.... 마침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산불 연기 까지 불어 와 며칠은 매연에 쌓여 그 모습이 더 흐릿했다 써투스 산맥 중 만 피트가 넘는 봉우리 중 하나인 헤이번 (heyburn) 산 봉우리 아래 호수가 다섯이나 있다고. 벤치 레이크스 트레일 Bench Lakes Trail, 호수 입구 까지 3.5 마일 왕복 7 마일 bench lakes 다섯 호수 중 첫번째 호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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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앤 (Lake Ann) 트레일-마운튼 베이커 (Mt. Baker)산, 들, 강, 바다 2020. 8. 25. 13:26
코비드 사태로 올해 마운튼 베이커 아티스트 포인트 (Artist' Point)로 오르는 차 길 눈을 치우지 않아 팔월 중순에야 절로 눈이 녹아 오픈되었다. 앞으로 새 눈이 와서 길이 닫힐 때 까지 한 달이나 남았을까. 아침 해가 마운튼 슉산 뒤에서, 옆구리로 떠 오르면 코미드 사태로 산의 트레일 마다 등산객들이 줄을 선다. 캠프장도 연일 꽉꽉 차고. 사람이 덜 가는 트레일을 고른 것이 레이크 앤 트레일이다. 캐나다, 미국 북미주의 호수 이름 중 많기도 한 것이 앤 이다. Ann 또는 Anne 왕복 8.5 마일 아침 일찍 서두른다. 이 트레일이 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개 오름으로 시작해서 내려오는 걸로 끝을 내는데 레이크 앤을 가려면 능선에서 계곡을 향해 내려가고 들풀이 지천인 평평한 초원을 지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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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에 다녀오다산, 들, 강, 바다 2020. 6. 6. 17:06
집콕 하라던 주정부가 유월 들어 닫혔던 산길들을 차츰 열기 시작한다. 숨 좀 트이네. 국립공원은 열긴 해도 낮 동안 만 이라니 다른 주엔 갈 엄두를 못낸다. 와싱톤주의 산들 중 아직도 캐스캐이드 산맥 서쪽의 산들은 허리까지 오는 눈으로 산길이 막혔다. 산맥 너머 동쪽에 있는 산들은 사막 기후라 눈이 녹았다네. 스티븐스 패쓰(Stevens Pass) 를 넘어 레븐월쓰 ( Leavenworth) 에 있는 콜척 레이크 (Colchuck Lake) 트레일에 가기로. 편도 4 마일 왕복 8 마일 오르는 높이 2280 피트 제일 높이 오르는 곳 5580 피트 내겐 좀 어려운 트레일이다. 남편은 내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으쌰으쌰 응원한다. 가잣! 가다 못 가면 내려오면 되지. 이 년 전엔 강아지 못 가는 곳이라고 ..